[권혁주의 Good Buy]
연재한 지 1년이 된
'권혁주의 Good Buy'
특별한 날에 어울릴
'우나스 달항아리' 케이크
<권혁주의 Good Buy>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한 지 어느덧 1년. 돌아보니 시간이 빠르다. 지난 1년 동안 조용히 쌓은 글이 (이번 회차를 포함해) 27개라니, 감개무량하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없으면 여간 지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내가 꾸준히 글을 썼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사실 처음엔 호기롭기만 했다. ‘2주에 글 한 편 쓰는 거? 그게 뭐 어렵겠어?’ 그러나 막상 겪어보니 2주에 한 번씩 글을 써내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녹록지 않았다. 매번 소재를 잡는 것부터, 마음에 드는 글을 완성할 때까지 키보드 앞에서 씨름한 시간까지. 돌아보니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게다가 본업이 쇼호스트니까 소비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렵지 않을 거로 생각했던 것도 오산이었다. 오히려 쇼호스트라서 단순히 상품 정보를 늘여놓는 방식으로 글을 쓰게 되면 ‘내 칼럼의 매력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야기를 써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칼럼니스트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선 나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물건을 들여다보니 사람이 보였고, 사람을 들여다보니 일상이 보였다. 그렇게 이 칼럼은 물건으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삶의 기록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다른 것이다. 1년이라는 기념일에.
마치 칼럼 연재의 1주년처럼, 기념일은 늘 고민이다. 뭘 해야 의미가 있을까? 너무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함이 느껴져야 한다. 뻔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튀지 않아야 한다. 소박하게 케이크를 준비하기로 했다. 평범한 케이크 말고, 그 자체로 하나의 ‘기념’이 될 만한 케이크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우나스(UNAS)'의 달항아리 케이크였다.

SNS에서 언젠가 처음 보자마자 마음에 담아두었던 케이크였다. 특별한 날에 쓰려고 갖고 있던 비장의 카드를 이번에 빼어 든 것이다. 우나스 달항아리 케이크. 이름처럼 케이크는 달항아리 모양이다. 실물을 보니 정교하게 빚은 자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얀 표면은 고요함을 닮았고, 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였다. 케이크라는 생각보다 도자기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다. 보기에도 좋지만, 먹기 전 잠시 감상하게 되는 디저트다.
안에는 딸기가 가득했다. 겹겹이 쌓인 시트와 크림이 조화를 이루었다. 케이크를 한 조각 베어 물면 그 감상이 다시 시작된다. 자연스러운 단맛과 시트의 푹신푹신함이 무척 잘 어울렸다. 입안에 남은 건 단지 맛뿐만은 아니었다. ‘특별하다’는 감탄이었다.
사실, 요즘 케이크는 어디서든 살 수 있다. 디자인도 다양하고, 맛도 상향평준화 되어 있다. 하지만 그저 '예쁘고 맛있는 케이크’를 넘어선 이 우나스의 달항아리 케이크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기념과 소비의 절묘한 조화가 아니었을까? '익숙한 특별함'을 무기로 전통 도자의 미감을 현대식 디저트로 풀어내 일상과 예술의 점접을 구현한 영리한 기획. 특별한 '기념일'에 특별한 '케이크'를 찾던 나 같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지나 보니 <Good Buy>도 그랬던 것 같다.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물건들을 소개했다. 공통점은 단순히 ‘좋아서’라기보다는 마치 '영혼이 깃든 몸'처럼 시간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스민 물건이었다는 점이다. 물건에 감정을 넣으면 오래간다. 이 논리는 역으로도 성립한다.
감정을 오래 기억하고 싶을 때 물건을 가져와 본다. 특히나 기념일 같은 특별한 감정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나의 칼럼 연재 1주년은 우나스 케이크로 기억될 것이다. 이 칼럼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기념할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날짜가 아니라 마음으로 기억하고픈 날. 그날을 기념할 당신만의 '달항아리 케이크' 같은 물건이 하나쯤 있기를.
여성경제신문 권혁주 쇼호스트 kwonhj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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