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허위조작정보까지 규제
최대 3배 배상 청구, 악용 우려
4년 전과 달리 정청래호 속도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허위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해 피해 규모 이상의 고액 배상을 물리는 제도 도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추석 전에 유튜브 허위조작정보 대응책까지 법률 개정을 완료하겠다며 속전속결을 예고해 파장이 일 전망이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0일 검찰·사법·언론 등 3대 개혁에 대해 “후퇴는 없다”며 “지금 정청래 대표의 의지는 추석 전 (개혁법안 입법완료)약속을 지키기 위해 거침없이 나아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관련 토론회를 잇따라 열며 이르면 다음 달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정청래 의원이 지난해 22대 국회 출범 직후 발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개정안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 법원은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정보도·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해당 언론보도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해당 언론보도가 있은 날부터 2년 이내에 제기할 수 있도록 하며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는 원 보도의 지면 및 분량으로 게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논의 과정에서 유튜버 등 1인 미디어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미국은 위법성, 의도성, 악의성이 명백한 경우 언론에 책임을 물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외국에서는 법적 규제를 신중하게 적용하고 있다. ‘가짜뉴스 처벌법’으로 불리는 독일의 ‘네트워크집행법’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최근 이의제기 절차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손질됐다. 프랑스가 제정한 ‘인터넷상 혐오 콘텐츠 대응법’(일명 아비아법) 역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다수 조항이 위헌 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는 여당의 언론중재법에 대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제도”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준웅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 법이 도입되면 이미 하락한 언론자유지수가 더 떨어질 것”이라며 “언론에 대한 억압은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환영할 일인데, 자유를 내세운 진보 세력이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행법상 반론권과 정정보도 청구 제도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 국회의원들은 발언 기회도 많은 만큼 스스로 나서서 대응하면 된다”며 “굳이 다른 사람의 입을 막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명예훼손과 모욕죄를 형사처벌하는 나라다. 그런데도 민사상 징벌적 배상까지 강화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이중처벌”이라고 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절차적 보호 장치를 강화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한 입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 네트워크집행법이 허위정보 근절이라는 선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 국가들이 여론 통제 수단으로 모방하자, EU는 이러한 허점을 보완해 새로운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EU는 더 나아가 유럽미디어자유법을 통해 언론사의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언론 콘텐츠가 부당하게 삭제되는 것을 막는 장치도 마련했다. 이 같은 맥락을 배제한 채 미국 입법례를 단순히 ‘처벌 강화’ 근거로만 인용한다면, 모방입법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언론중재법 /연합뉴스
언론중재법 /연합뉴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을 추진했지만 야당과 언론계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는 정권 말기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신경썼는데 이번엔 정권 초기라 상황이 달라졌다. 강성인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근 언론개혁특위 출범식에서 “언론의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18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언론이 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고의적 왜곡 및 허위 정보는 신속하게 수정해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여당에 힘을 실었다.

언론계의 반대 목소리는 만만치 않다. 권력자나 대기업이 비판 보도를 억누르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 당시 ‘바이든-날리면’ 보도나 ‘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에 대해 정부가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수사와 제재를 남발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언론사는 고액 소송에 대응하기 어렵고, 대형 언론사 역시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경우 막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언론개혁연대는 논평에서 "배액배상제는 심사요건이 강화되어 구제 범위가 좁아지고, 언론에 위축 효과를 일으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위자료 산정 기준을 상향 조정하면 이러한 부작용 없이 보편적인 피해구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배액배상제를 추진하더라도 먼저 법원이 적정 손해액 기준을 마련한 뒤, 그에 따라 3배든 5배든 배수를 정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추석 연휴 전까지 무리하게 속도전을 벌일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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