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1기 100만kW급인데 보충 전원 無
대미 관세 협상에 고가 LNG 수입 폭증
국민 ‘뜨거운 감자’ 전기요금 현실화하나
경직된 계속운전 제도에 천문학적 손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내 고리 원전 1~4호기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내 고리 원전 1~4호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 2·3·4호기 등 국내 주요 원전들이 운전허가 기간 만료로 가동을 중단하는 현실이 2025년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계속운전(수명연장) 신청의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간 10기의 원전이 순차적으로 멈출 예정이다. 

규제와 인허가 절차에 묶여 가장 효율적인 전력원인 원전을 대규모로 놀리는 상황에서 AI 데이터센터 수요 등이 가파르게 늘어난다면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총 2773억㎾h(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해 온 부산 기장군 소재 고리원전 4호기가 계속운전 결정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지난 6일 가동을 멈췄다. 

문제는 향후 5년 내 원전 총 10기의 운전허가가 줄줄이 만료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올해의 경우 고리 4호기뿐 아니라 한빛 1호기 역시 운전허가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내년엔 한빛 2호기, 2027년부터 한울 1·2호기도 차례로 만료된다. 중수로형인 월성 2·3·4호기 역시 2026년, 2027년, 2029년 각각 만료될 예정이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운전허가기간 만료 원전 10기의 계속운전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대체할 경우 연간 10조7000억원 이상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수원은 이를 고려해 원전 10기에 대한 계속운전(현행법상 10년 연장)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원전이 일시 정지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는 지난 6월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업무보고를 통해 가장 먼저 신청이 들어온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심사를 올해 하반기에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노형인 고리 3·4호기의 경우 내년 상반기 순차적으로 심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목표 잡았다. 

하지만 경직된 계속운전 인허가 제도, 복잡한 인허가 절차 탓에 제대로 된 효율을 내지 못하는 게 문제다. 한국은 원전이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연장 운영하기 위해서는 허가 만료일 5~10년 전 계속운전을 신청하게 된다. 다만 관련 법령이 2022년 12월에 개정돼 2029년 이전에 운전 허가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은 허가 만료일 2~5년 전을 기한으로 적용 받는다.   

문주현 단국대학교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계속운전을 위해서는 주기적안전성평가와 운영변경허가 등 2가지 인허가 과정이 필요해 계속운전 심사기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설비개선에 소요되는 기간 때문에 계속운전 인허가가 승인되더라도 10년의 계속운전기간을 온전히 확보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고리 2호기의 경우 계속운전 허가가 최상의 시나리오로 빠르게 결정되더라도 약 3년간 놀리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멀쩡한 원전을 세워두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상당하다.

원전 1기당 100만kW급인데 이를 대비한 보충 전원 계획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막대한 전력공급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믹스로 전환하여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공표했지만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한국이 대규모 미국산 LNG 수입을 결정하면서 이러한 계획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체 화석연료 비중을 줄여야 하는데 화석연료 중 하나인 LNG를 강제로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LNG의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치솟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건 수순이다. 이를 예고하듯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이를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을 암시했다. 

전문가들은 AI 확산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폭염이 해마다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정부 차원에서 관련 제도 자체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지난 2월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대 전력 수요가 올해 106GW에서 2038년 145.6GW까지 13년 새 3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동을 멈추는 원전이 늘어나면 새울 3·4호기와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대형 원전의 건설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날씨에 상관없이 365일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이 가장 유리한 에너지원”이라며 “이대로 AI 데이터센터 수요 등이 전기본에서 세운 계획보다 늘게 된다면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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