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10억'에 김한규 의원 등 "분명한 악재"
국민청원 10만과 개인 투자자 표심 영향 우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당내 이견 분출을 막기 위해 '공개 발언 자제를 당부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신파 의원들이 굴하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거센 반발과 지역구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세제개편안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변경안이 포함됐다. 현행 50억 원 이상 보유자를 대주주로 보는 기준을 10억 원으로 대폭 낮추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당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은 두 가지 주요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째로 정부의 '코스피 5000 시대'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대주주 요건 강화는 실질적인 증세 효과를 낳아 주식 보유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리고, 이는 결국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증시 활성화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둘째로 연말 주식 시장의 '수급 왜곡'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대주주로 분류되면 보유 주식의 양도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므로 많은 투자자가 과세 기준일인 연말 직전에 주식을 대거 매도해 대주주 지위를 회피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매년 연말마다 특정 종목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가 급락하는 비정상적인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명에 달하는 민주당 소신파 의원들이 신임 대표의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쓴소리를 내는 배경에는 시장과 여론의 즉각적인 반발이 있다. 실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다음 날인 1일 코스피 지수는 4% 가까이 급락하며 시장의 충격을 드러냈다. 또한 개편에 반대하는 내용의 국민청원은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 등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1400만 개미'의 표심과 지역구 민심이 심상치 않음을 확인한 의원들로서는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신파 중 민주당 지역세가 강한 호남이 지역구인 의원은 없다. 이소영·이언주·이훈기·박선원·김한규·강득구·김현정·박홍배·이연희·박해철·정일영·김상욱·전용기 의원 등은 인천, 경기, 충청, 울산, 제주가 지역구다.
김한규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이 부분은 분명히 (주식시장에) 악재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의원은 "일단 정청래 대표께서 개인적인 의견은 자제하라고 해서 상당히 조심스럽게 오늘 말씀드리려고 한다"며 "(앞으로) 내용이 좀 바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주주 기준 강화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실에 전달할 예정이다. 10억원과 50억원 사이를 두고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30억원 안팎으로 절충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여성경제신문에 "정청래 대표가 비공개로 빠르게 논의해서 결론을 내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후 당내에서 논의가 진행됐고 개인적으로 예상하기엔 빠르게 결론을 도출해 발표하게 될 것 같다"며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코스피5000특별위원회와 조세특별위원회 및 여러 의원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금투세 여론전에서 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민주당 강경파 지도부가 야당의 이슈 몰이를 막으려 입단속에 나섰지만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내부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