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10년 협력사 대표의 수난
감찰 민원 제기했으사 정황 없음 종결
정식 회신 요구하자 ‘재민원하라’ 응답
회장 선거 앞두고 혼탁해진 금고 안팎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예금보험공사, 새마을금고중앙회 등과 함께  새마을금고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예금보험공사, 새마을금고중앙회 등과 함께  새마을금고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 /연합뉴스

새마을금고와 10년 이상 거래를 이어온 한 대출모집업체 여성 대표가 갑작스러운 내연설과 수사기관 압수수색에 휘말리는 일이 발생했지만 이를 조사한 금융감독원이 '정황 없음'이라는 한 줄 회신으로 사건을 종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자결재 기록에는 조사 착수일도 처리 일자도 누락됐고 민원인에게 전달된 건 한 줄짜리 회신뿐이었다. 핵심 당사자에 대한 조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어떤 절차를 거쳐 결론이 났는지도 남아 있지 않다. 감찰 시스템이 진상 규명보다 내부 방어와 책임 회피의 수단으로 작동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대출모집법인 Y사 대표 P씨는 2025년 4월 7일 금감원 감찰실에 공식 민원을 접수했다. L 금감원 검사역이 새마을금고를 감독하는 과정에서 해당 업체에 대해 직접 고발장을 작성해 전달하고 수사기관 개입까지 유도했으며 근거도 없이 고위 임원과의 내연관계설까지 유포했다는 내용이다.

대출모집법인은 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 금융회사를 대신해 고객에게 대출 상품을 소개하고 신청을 도와주는 외부 위탁회사다. 직원들이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대출 상담과 서류 접수를 진행할 수 있게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모집 실적에 따라 금융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금융당국에 정식 등록된 법인만 활동할 수 있다.

Y사는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정식 등록된 대출모집법인으로 10년 이상 새마을금고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중개전문 회사다. 전국 1300여개 새마을금고 지점 중 700여 곳과 실제 거래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일 업종 내 약 15개 모집법인 중에서도 실적 규모와 연체율 관리 측면에서 상위권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P 대표는 이 민원에서 L 검사역의 직권남용, 명예훼손, 업무방해, 수사기관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을 문제 삼았고 해당 민원은 감찰실 직무감찰팀 소속 M 검사역에게 배정됐다. 하지만 감찰실은 두 달이 지난 6월 13일 이메일을 통해 '관련자 및 외부기관 조사 결과, 정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회신만을 남기고 조사를 종결했다.

공공기관 내부 감찰은 원칙적으로 공식 문서로 처리되며 조사 착수일, 조사 내용, 결론에 대한 판단은 전자결재 시스템을 통해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애초에 감찰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감찰 조사 완료 상태는 4월 23일 전후에 표시됐지만 정작 전산상 처리일자 항목은 비어 있었다. 감찰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오상완 감찰실 국장은 여성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엄중하게 조사했을 뿐 세부사항은 설명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감찰실의 대응은 접수 직후부터 석연치 않았다. 4월 7일 민원이 공식 접수된 직후 금감원 감찰실은 유선으로 P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고 4월 10일에는 감찰 절차에 필요한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를 요청했다. 이는 통상적인 초기 확인 절차로 보인다.

그러던 4월 23일 감찰실은 P 대표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서면 회신을 우편으로 보낼지 이메일로 해도 괜찮은지를 문의했다. P 대표가 “메일도 괜찮다”고 동의하자 감찰실은 전자통지로 방향을 정했고 당일 민원처리 시스템에 '처리완료'로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치는 감찰 실체와는 무관하게 회신 기한을 맞추기 위한 형식적 절차였고 P 대표는 정작 어떤 내용이 조사됐는지조차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

민원시스템 화면에는 ‘처리완료’라는 문구만 떠 있을 뿐 처리일자나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은 비어 있었다. 당시 회신으로 받은 이메일 역시 “귀하께서 제기하신 민원 내용은 우리원 감찰업무에 참고할 예정이며,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끝"이라는 단 한 문장이 전부였다.

이후 상황은 더욱 모호해진다. 5월 7일 감찰실은 전화 통화에서 "조사는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며 "결과조차도 민원인에게는 통지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원칙론만 반복했다. 5월 20일이 되어서야 감찰실은 "사실관계를 조사했고 주장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민원인이 감찰 결과에 대한 서면 회신을 요청하자 "그러려면 민원을 다시 접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민원인인  P 대표는 6월 12일 "메일로 회신을 달라"고 요청했고 금감원은 "내부에서 회의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최종 회신은 다음날인 6월 13일 이메일로 도착했다. "관련자와 기관에 확인했으나 정황은 없었다"는 한 줄짜리 통보다.

감찰은 원칙적으로 내부 행정 책임과 절차 이행 여부를 판단하는 공식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정식 민원이 접수되고도 조사 기록이 존재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민원인에게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찰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

금융감독원 간부 출신 한 인사는 “행정안전부 관할인 새마을금고에 파견된 검사역은 지원 업무만 수행할 수 있을 뿐 법적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감사를 강제할 수는 없다”며 “감찰이나 자료 제출 요구 역시 법적 권한이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L 검사역은 금융감독원 소속으로 2024년 4월 행정안전부·예금보험공사 등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확대된 ‘정부합동감사’에 파견된 인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금감원 인력을 새마을금고 감사에 투입했지만 일선 대출모집법인들 사이에선 “감사 도중 Y사 자료를 특정해 반복적으로 요구받았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파견의 명분은 ‘지원’이지만 실제 행위는 ‘표적’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선거를 앞둔 시점과 맞물려 감독 권한을 넘은 무리한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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