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비효율, 생산성 대비 배분 왜곡 지속
서비스·신생기업 중심으로 자원 미흡 분포

자본이 생산성 높은 기업에 충분히 유입되지 못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본이 생산성 높은 기업에 충분히 유입되지 못한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경제가 지난 30년간 자본을 생산성 높은 기업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서 자원배분 비효율성이 최대 3배가량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자본 수요가 컸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신생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채 성장 기회를 놓치는 실정이다.

30일 한국은행의 ‘산업별 자원배분의 비효율성과 생산성’ 보고서에 따르면 총요소생산성(TFP)을 활용해 자원배분 효율성을 추정한 결과 지난 30년 동안 우리 경제에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분배되는 현상이 점차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자원배분의 효율성은 같은 기술 수준과 생산요소 총량을 전제로 할 때 자원이 얼마나 생산성에 맞게 기업에 배분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별도의 추가 투입 없이도 경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자원 배분의 왜곡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서 더 빠르게 확대됐으며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더욱 두드러진 양상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은 주로 생산성은 높지만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고생산성-자원과소보유) 기업에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기업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기술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생산성에 비해 생산 요소를 덜 보유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은 서비스업과 신생기업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스타트업의 경우 혁신 역량이 있더라도 기업 규모가 작고 실적이 불확실해 자금조달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생산성이 낮음에도 '저생산성-자원 과다 보유' 기업의 비중도 줄어들지 않고 일정 수준에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야 할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고착되면서 전체 경제의 생산성 향상에 제약을 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보고서에서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비효율적 자원 배분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과 혁신적 스타트업이 원활히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 시스템과 자본시장 접근성 개선 △저생산성 기업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완화해 고생산성 기업으로 자원이 효율적으로 재배분되도록 유도 등이 그 방법으로 제시됐다.

이처럼 생산성이 높은 신생기업과 서비스업에 자본이 충분히 배분되지 않는 구조적 제약이 지적된 가운데 자본시장에서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벤처·코스닥·벤처캐피탈 업계는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벤처기업협회·코스닥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3개 단체는 3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 기자간담회에서 코스닥지수가 1996년 출범 당시보다 20% 낮은 800선에 머물며 장기 침체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 3개 단체가 제시한 정책은 △코스닥 운영 원칙 확립 △유동성 공급 강화 △정부의 정책 비전 제시 등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코스닥시장의 구조 개선과 관련해 민간 주도의 책임형 상장 구조 도입과 성장 가능성 중심의 질적 심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상장폐지 제도 정비와 구조조정 활성화를 통해 시장의 역동성을 높이고 정부 차원의 정책 비전과 로드맵 수립을 병행할 것을 촉구했다.

현장에서는 고생산성 기업에 자본이 충분히 유입되지 않는 현실을 시장 메커니즘이 아직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기업들이 자금조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신생기업이나 서비스업은 실적 중심의 평가 기준에 적합하지 않아 자본시장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성이 입증된 기업이 더 쉽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보완하고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자원이 생산성 높은 기업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갈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돼야 전체적인 잠재력도 제대로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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