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7명대, 생산인구 비중 급락 예고
2040년대 성장 정지선 진입 시점 가시화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가속으로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줄며 인구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가속으로 생산연령인구가 빠르게 줄며 인구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경제가 저출산, 고령화 '쇼크'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생산연령인구는 감소세에 들어섰다. 고령층의 낮은 경제 활동 참가율과 정체된 생산성 흐름이 더해지면서 성장 동력 자체가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약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경제와 금융 전반에 걸친 장기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구조 변화로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향후에도 하락세를 지속해 2040년대에는 0% 내외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됨에 따라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전망하고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분석은 중장기적 경제성장률이 공급 측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생산요소(노동, 자본)와 총요소생산성으로 구성된 생산함수를 설정해 진행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생산성 증가세 둔화가 경제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고 최근에는 생산성과 노동투입이 동시에 둔화되며 성장세 위축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위기 이전을 보면 2001~10년에 비해 2011~19년에 경제성장률이 1.6%포인트 하락했는데 그중 66.9%가 총요소생산성 증가세 둔화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또 2011~19년에 비해 최근 10년간(2015~24년)은 총요소생산성 증가세의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노동투입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5년부터 빠르게 줄어들어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51.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기준 36.1% 수준인 고령인구 비중은 2040년대 중반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준 시나리오상 2030년 잠재성장률은 1% 초반, 2040년대에는 0.1%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동공급 위축과 더불어 총요소생산성 둔화도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보고서는 “새로운 기술 개발과 습득이 비교적 용이한 청년층 비중의 감소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또 고령층의 낮은 임금 수준과 노동시장 유연성 부족이 생산성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노동시장 구조 자체에 대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는 금융산업 전반에도 중장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인구변화에 따른 은행의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 등 영향으로 변화하는 인구 구조가 다양한 경로로 국내 거시경제, 금융시장, 금융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 변화가 거시경제 및 금융부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 연구위원은 “노동공급의 축소, 경제성장률 하락, 정부의 복지지출 증대, 투자자의 위험회피성향 증대, 주택수요의 변화 등이 예상된다”며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따른 금융회사의 수익성 저하, 자금조달의 변동성 증대, 대출수요 축소 등으로 금융중개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은행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 그는 “전행적 차원에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하며 이사회가 지속가능성 이슈 중 하나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인구변화는 단기에 체감하기는 어려우나 지속적이고 강력한 충격이므로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은행이 인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점 과제로는 대출수요 축소에 대비한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개인자산관리(WM), 신탁, 연금 등 비이자이익 부문의 역량 강화, 고령인구비중이 낮은 국가로의 진출 확대(포트폴리오 분산), 유가증권·대체투자에 대한 리스크관리 강화 등의 전략이 이에 해당한다.

자금조달의 안정성 제고 측면에서는 연금통장 유치 등을 통한 핵심예금 기반 확충, 장기 예적금 상품 활성화, 유동화 등 자금조달 수단의 다변화 등이 포함됐다. 또한 부동산을 소득화하려는 시장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은행 자체 역모기지론의 경쟁력 제고 등을 통해 가계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소득화하려는 수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부동산 담보 위주의 영업은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제시됐다. 인구변화에 따라 부동산가격은 하방압력을 받을 가능성 높으므로 부동산 익스포저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담보 대출 규모 및 비중 축소, 부동산담보대출의 유동화 및 리스크 이전 확대 등을 통해 부동산 익스포저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또한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등을 통해 부동산 담보 위주의 대출 영업에서 탈피하기 위한 중장기 플랜을 수립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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