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양왕' U8·U9 이어 U7도 유럽 출시
中 제조업체 최초로 유럽 슈퍼카 시장 진출
'셀럽 마케팅'으로 가성비 이미지 탈피 시도
"신뢰·브랜드 역사 고려할 때 한계점 뚜렷"

중국 비야디(BYD)가 이번엔 고급차의 본고장 유럽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벤틀리·포르쉐 등 최고급 브랜드를 겨냥한 차량 가격은 최대 3억원을 웃돈다. 업계에선 '가성비 브랜드'로 굳어진 이미지를 넘어 명품차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중국 매체 IT즈자(IT之家)에 따르면 BYD는 내년 초 유럽 시장에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Denza)'와 슈퍼카 브랜드 '양왕(Yangwang)'을 출시할 예정이다. 양왕은 2023년 9월 중국에서 런칭된 고급 전기차 브랜드로 전 모델이 1000마력급 출력의 'e4 전동화 플랫폼' 기반 4모터 차량이다.
첫 모델인 'U8'은 럭셔리 플래그십 SUV로 자율주행 기능은 물론 제자리 360도 회전, 비상시 수상 부유 기능을 탑재했다. 이어 출시된 전기 슈퍼카 'U9'은 최고 시속 375.12km를 기록했으며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 제자리 점프 등의 독특한 기능을 지원한다.
스텔라 리 BYD 글로벌 총괄 부사장은 "2026년 초 덴자 브랜드의 유럽 출시를 시작으로 양왕도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U8과 U9를 포함해 전기 세단 U7 등 추가 모델도 순차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YD는 지난해 영국 최대 자동차 축제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U8과 U9를 공개하며 고급차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양왕의 차량 가격은 모델별로 1억~3억원대에 달한다. 출시가 기준으로 U9는 168만 위안(약 3억2000만원), U8은 109만8000위안(약 2억1000만원), U7은 62만8000위안(약 1억2000만원)부터 시작한다.
BYD의 이번 유럽 고급차 시장 진출은 중국 제조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유럽 최상위 럭셔리 시장에 도전하는 사례다. 유럽 내 판매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수출 관세(17%)와 우핸들 전환 등 추가 비용으로 인해 중국 현지보다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동안 '가성비' 이미지가 강했던 BYD가 유럽 시장에서 벤틀리·페라리 등 슈퍼카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BYD가 최근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오랜 브랜드 헤리티지(유산)를 지닌 슈퍼카를 제치고 중국차를 선택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BYD는 이러한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 내에서 고급화 전략을 병행 중이다. 360그룹의 저우훙이 회장, 위민훙 신둥팡(新東方) 회장, 저우위안 즈후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 기업 총수를 고객으로 확보했고 파리올림픽 자유형 100m 금메달리스트 판잔러를 브랜드 홍보대사로 기용하며 '셀럽 마케팅'에 나섰다.

중국 자동차 전문 매체 시나자동차는 "고급 소비층의 선택은 양왕의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실제로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다수의 전동차 업체가 플랫폼 수익성에 허덕이는 사이 BYD는 대규모 생산으로 생산 단가를 낮추고 이를 첨단 기술에 재투자해 브랜드 고급화를 실현 중"이라고 평가했다.
양왕은 유럽 시장 반응을 지켜본 뒤 한국과 일본 진출도 검토할 방침이다. 양왕 관계자는 "현재는 중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어 일본과 한국 진출 계획은 없다"라면서도 "향후 BYD의 해외 전략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BYD가 전기차 기술력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벤틀리나 포르쉐 같은 유럽 고급차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역사적 무게감이 부족하다"라며 "명품 브랜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이미지와 신뢰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단순한 스펙만으로는 3억원대 차량에 대한 소비자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BYD의 성공은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전략 덕분"이라며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선 기술력뿐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과 감성적 가치를 소비자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 한계가 뚜렷하다"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