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성동구 '성진학교' 설립 추진
서울시 지체장애 특수학교 7개 자치구 편중
일부 주민 "명품 동네에 명품 학교 지어야"
"명백한 '님비'···장애 학생에겐 생존권 문제"

서울 성동구에서 추진 중인 특수학교 설립이 일부 주민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여기는 전형적인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이며 장애 학생의 교육권이 지역 이기주의와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2029년 개교를 목표로 성동구에 22학급 규모의 특수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성수공고 폐교부지를 분할해 성진학교와 공공도서관, 생활체육시설 등 지역사회 연계 시설로 활용하고 체육관과 지하 주차장은 적극적으로 개방할 방침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재개발로 유입될 학령기 인구를 고려하면 일반고가 더 필요하다며 특수학교 대신 일반고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성진학교’ 설립 관련 주민 설명회에서 일부 주민은 “성동구는 명품 동네가 된 만큼 명품 학교를 지어야 한다”며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국특수교사노조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특수학교는 공교육의 기반이며 장애 학생에겐 교육권이자 생존권”이라며 “‘명품 학교’라는 표현은 특수학교를 배제하는 차별적 인식이다. 진짜 품격은 약자를 품는 공동체적 가치에서 출발한다”고 비판했다.
또 “일반고 설립이 시급하다”는 일부 주민 주장은 실제 교육 수요를 외면한 것이라는 반박도 제기됐다. 성동구는 서울 자치구 중 고등학교 수가 두 번째로 적지만 인근 경일고교의 전교생이 320여 명에 불과해 통폐합 기준에 가까운 수준이며 대형 일반고를 선호하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전체 특수학교는 33곳뿐이며 이 중 국공립은 15개에 불과하다. 특히 중구, 용산구, 성동구, 동대문구, 중랑구, 양천구, 금천구, 영등포구 등 8개 자치구에는 특수학교가 단 한 곳도 없다. 지체장애 특수학교 역시 강동구, 관악구, 구로구, 노원구, 마포구, 서대문구, 서초구 등 7개 자치구에만 편중돼 있어 동북권역의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특수학교 설립의 필요성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는 학생 수는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 내 특수교육 대상 학생 1만4546명 가운데 특수학교에 다니는 비율은 31.1%(4531명)에 그쳤다.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 학교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으나 중증 장애 학생일수록 통합교육에 어려움이 크고 실질적인 교육권 보장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원화 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서울은 인구 규모에 비해 특수학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자치구별로 한두 곳 있는 수준이고 아예 없는 자치구도 많다”며 “장애 유형별 특수학교가 구분돼야 하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시각·청각·지체 등 장애 유형마다 필요한 교육 환경과 설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특수학교 한두 곳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체장애 학생의 경우 교육 자료부터 시설 설비까지 별도 환경이 필요하다. 그런 환경이 갖춰진 학교가 너무 적고 그나마 추진되는 학교의 설립도 난항을 겪고 있어 학습권 보장이 어렵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과거 강서구 ‘서진학교’, 중랑구 ‘동진학교’ 사례처럼 특수학교가 ‘기피 시설’로 취급돼 반복적으로 갈등을 겪는 구조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서진학교는 장애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는 일이 알려지면서 긍정적인 여론과 함께 지난 2020년 7년 만에 개교했다. 동진학교는 주민 반대로 12년간 8번이나 부지를 옮기다 올해 초 첫 삽을 떴다. 학교 개교일은 2017년에서 2027년으로 10년 늦춰졌다.
정 실장은 “장애를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로 여기기 때문에 특수학교 설립을 그렇게 쉽게 반대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장애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며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수학교는 특별한 시설이 아니라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이 그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학교일 뿐이다.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학교가 세워지는 것일 뿐이라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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