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밀학급 수치 감소했지만
조사 시점·통계 방식 논란 일어
특수학급 신설 막는 구조 여전
권한 이양·특운위 역할 정비 必

장애 학생 정원이 초과하는 '특수학급 과밀 문제'가 정부의 노력에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 학생 정원이 초과하는 '특수학급 과밀 문제'가 정부의 노력에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 학생 정원이 초과하는 '특수학급 과밀 문제'가 정부의 노력에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인천 학산초 특수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특수학급 과밀 해소를 약속한 지 약 반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장에게 맡겨진 학급 신증설 결정 권한과 특수교육 대상자 배치를 조정하는 특수교육운영위원회(특운위)의 기능 약화가 과밀 문제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수교육법상 특수학급 설치 기준은 유치원 4명, 초등·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이다. 교실이나 교원 부족으로 기준 학생 수를 초과할 경우 과밀학급으로 분류한다.

지난 8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5학년도 1학기 전국 특수학교 및 일반 학교 특수학급의 과밀학급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1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특수학교 및 유·초·중·고 특수학급 중 과밀학급은 총 742개로 지난해 1882개에서 1140개 감소했다. 특수학급에서 과밀학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10.1%에서 올해 3.8%로 6.3%포인트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교육청의 과밀학급 비중이 작년 17.3%에서 올해 3.8%, 경기교육청은 14.1%에서 2.7%로 줄었다. 제주와 울산, 세종시교육청의 과밀학급 비중은 작년 각각 27.2%, 0.2%, 7.7%였는데 올해는 모두 해소됐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선 수치상으로는 해소된 것처럼 보이는 과밀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표면적으로는 ‘줄었다’고 발표됐지만 통계 해석 기준과 실제 학교 운영 간의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쟁점 중 하나는 과밀 여부를 판단한 시점이다. 교육부는 올해 3월 1일 기준으로 조사를 진행했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는 일반학급에서 판별된 뒤 3~4월 중 특수학급에 새로 배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지적이다.

정원화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3~4월에는 특히 일반학급 학생 중 특수학급에 새로 입급 의뢰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새로 많이 들어오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기존에는 4월 1일 기준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과밀 문제 대응을 위해 3월 1일과 9월 1일, 연 2회 조사로 변경한 것”이라며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3월 중 추가 배치가 많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과밀 여부를 판단한 기준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학급당 학생 수’가 아니라 ‘교사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과밀을 판단한 점이다. 제주 지역은 올해 과밀학급이 0건으로 발표됐지만 이는 학급을 실제로 증설한 것이 아니라 기존 학급에 교사를 한 명 더 배치한 ‘1학급 2 담임제’ 결과였다.

정원화 실장은 “교실 하나에 교사를 두 명 둔다고 과밀학급이 해소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제주는 과밀 해소가 어려운 지역인데 올해 1학급 2 담임제를 시행해 담임 교사를 한 명 더 배정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학급 자체가 증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교실에 교사 둘, 학생 아홉 명이 나눠 수업하는 형태를 과밀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중등교육법과 특수교육법 모두 학급은 교실을 전제로 하며 교실 면적까지 규정돼 있는데도 교사 수만으로 과밀을 판단하는 건 현실을 외면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특수학급은 여러 명이 동시에 수업을 받기보다 개별 수업이 많기 때문에 교실 면적보다는 교사 한 명이 몇 명의 학생을 맡느냐가 더 중요한 과밀 기준”이라고 했다. 이어 “공간 확보가 어렵다고 해서 학생이 늘어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교사를 추가로 투입해 과밀을 해소한 것”이라며 “과밀은 법적 개념보다 교사가 느끼는 심리적 과중함에 가까운 개념이다”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제약 속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선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과밀을 본질적으로 해소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정원 초과 상황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며 여전히 학급 신설이 필요한 학교들이 존재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그 결정 자체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원화 실장은 이에 대한 원인으로 특수학급 신증설 권한이 학교장에게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여성경제신문에 “교사 휴게실이나 제2·제3 과학실, 컴퓨터실 등은 확보하면서도 정작 특수학급은 공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관리자들이 ‘특수학급이 많아지면 학교가 더 힘들어진다’는 인식으로 증설을 꺼리는 현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장학사나 교육장이 학교장을 직접 설득해 학급 증설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결국 결정권이 학교장에게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학생 수 기준 등 객관적 조건에 따라 교육청이 직접 학급 증설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구조적 문제로는 특운위의 기능 약화를 꼽았다. 정 실장은 “특운위는 원래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선정과 배치를 담당하는 기구지만 현재는 민원이나 외부 요구에 흔들려 교육적 판단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과밀이 예상되는 학교에 학부모 요청만으로 학생이 배치되는 경우가 있어 정작 여유 있는 학교에 학생을 분산시킬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 지역의 특운위는 과밀 여부를 기준으로 배치 결정을 내려 올해 과밀학급이 0건으로 집계됐다”며 “운영위가 원칙대로 작동하면 과밀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학교장 권한은 교육청으로 이양, 특운위는 제 기능을 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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