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히펠-린다우 증후군 치료제 '웰리렉'
급여화 세 번째 도전···"생명권 지켜야"

"2261만원. 한 달 약값이에요. 병이 있어도 약을 못 씁니다."
폰히펠-린다우 증후군(VHL)을 앓고 있는 20대 여성의 어머니 김모 씨는 ‘웰리렉’을 언급하며 한숨을 쉬었다. 신장, 췌장, 폐에 종양이 퍼진 딸은 유일한 치료 수단인 웰리렉을 복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 달 2261만원에 달하는 비급여 약값 때문이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VHL 치료제 ‘웰리렉’(성분명 벨주티판)은 건강보험 급여화에 세 번째 도전하고 있다. 종양 진행을 억제하는 등 효과가 입증됐지만 두 차례 심사에서 모두 탈락했다. 비싼 약값에 치료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급여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MSD는 2023년 5월 식약처 허가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급여를 신청했으며 이번 7월 초 세 번째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VHL은 중추신경계, 신장, 망막, 췌장 등에 종양이 반복 발생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평균 26세에 증상이 발현되며 환자의 97%가 65세 이전에 증상을 겪는다. 한 번 발현되면 종양은 다양한 장기로 확산하고 재수술을 반복하게 된다. 방치 시 장기 기능 저하, 생명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웰리렉은 이 질환의 유일한 표적치료제다.
VHL 환자 보호자인 정미경 씨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환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알기 어렵다. 한 해 진단 환자는 50~60명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유전 질환이라 본인이 병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정씨는 “척수 종양으로 하반신이 거의 마비된 한 청년은 비싼 약값에 웰리렉을 복용하지 못했지만 2번의 급여화 시도로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좌절되면서 결국 수술을 택하게 됐다”며 “이 병은 수술해도 같은 부위에 종양이 다시 생기며 후유증 위험도 크다. 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한 환자는 약값 부담에 하루 세 알 중 한 알만 먹었는데도 척수 종양이 줄어들었다”며 “그만큼 효과가 입증된 약인데 급여가 안 되면 결국 비싼 약값 때문에 수술밖에 선택지가 없게 된다”고 토로했다.
환자단체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지난 3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정부가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국회 국민동의청원도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어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안건은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해당 청원의 심사 시한은 오는 9월 말까지로 연장된 상태다.
현행 급여 심사 구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비용 부담’을 이유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희귀약들이 많지만 구체적인 재정 추계나 필요 투약 인원조차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여성경제신문에 “희귀질환은 평생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며 “약값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구조는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평원에서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급여화를 막기 전에 실제 환자 수와 필요 투약 규모를 근거로 재정 추계를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