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서 고수익 틈새시장 부상
정부 정책·기업 전략 변화 시너지

미국과 일본이 ‘희귀질환 치료제’에 주목하고 있다. 전체 제약 시장에서 비중은 10%도 채 안 되지만 약가 인하 압력이 낮고 고수익이 가능한 틈새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소아 희귀질환’까지 범위를 넓히며 제도와 기업 전략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한국에도 시사점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은 희귀질환 치료제를 ‘환자 수가 20만 명 미만인 질환’으로 정의하고, 1983년부터 ‘오펀드럭(Orphan Drug)’법을 통해 신약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독점 판매기간은 일반 신약보다 2년 긴 7년이며, R&D 비용의 5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고 FDA(미국 식품의약국) 신청 수수료도 면제된다. 경쟁자가 적고 제네릭 진입이 어려워 고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요소다.
그 결과 희귀질환 치료제 승인 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2015년엔 전체 승인 신약 중 절반이 희귀질환용이었다. FDA 승인 전 적자 상태였던 바이오 벤처도 미래 성장성을 보고 수천억 원대에 인수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미국 정부는 약가 규제와는 별개로, 이 분야에 대해서는 심사 절차를 오히려 간소화하며 시장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변화는 더욱 구조적이다. 최근 7년간(2018~2024년) 일본에서 소아 적응증을 포함해 승인된 신약 237건 가운데 73건이 희귀질환 치료제였다. 전체 희귀질환 신약의 40%에 해당한다. 특히 2024년에는 소아 적응증이 포함된 신약 비율이 35.2%로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 정부는 소아·희귀질환 약품을 대상으로 한 약가 가산제도를 확대하고, 국제 공동 임상시험 결과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성인 신약과 동시 개발을 유도해 가산율을 인상하는 식이다. 실제 승인된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의 92%는 국제 임상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일본이 ‘시장성이 작아 외면됐던 분야’를 되레 국가 정책과 결합해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다"면서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은 이미 고수익 틈새시장 중심으로 의약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희귀질환 환자 수는 적지만 꾸준히 늘고 있고, 소아 환자에 대한 치료 접근성은 여전히 낮다"면서 "고위험·고수익 구조인 만큼 민간만의 접근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의 개발 인센티브 강화와 제도적 명확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