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파킨슨 환자 15만명
정보 단절·치료 지원 부족
국가 관리 체계 마련 시급

15만명에 육박한 퇴행성 뇌 질환 파킨슨병이 국가 관리 체계 밖에 놓여 있다.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와 사회적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 내 전담 부서조차 없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15만명에 육박한 퇴행성 뇌 질환 파킨슨병이 국가 관리 체계 밖에 놓여 있다.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와 사회적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 내 전담 부서조차 없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15만명에 육박한 퇴행성 뇌 질환 파킨슨병이 국가 관리 체계 밖에 놓여 있다.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와 사회적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 내 전담 부서조차 없는 실정이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약 15만명에 달하지만 정부에는 이를 담당할 전담 부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희귀질환은 질병관리청을 통해 관리되지만 난치성 질환인 파킨슨병은 별도 관리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치매는 보건복지부 노인건강과가 담당하며 국가 종합관리 예산이 연간 2000억원이다. 파킨슨병은 뇌질환연구과 예산 4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로 발생하는 퇴행성 뇌 질환으로 손 떨림, 느린 움직임, 근육 경직 등 운동 기능 저하가 주 증상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 중 하나기도 하다. 병이 진행되면서 환자의 약 30~40%는 치매 증상을 동반한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파킨슨병 환자 중 남성 11.4%, 여성 15.2%가 치매를 함께 진단받았다. 주된 문제는 운동장애에 따른 일상 기능 저하다.

이런 상황에도 파킨슨병은 국가 관리 체계에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가장 널리 사용됐던 증상 완화제 '마도파정'이 제조사의 자진 품목 취하로 국내 공급이 중단되면서 환자들은 기존보다 20배가량 비싼 가격에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입해 복용하거나 적절한 대체 약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마도파정의 제네릭인 명도파정이 일부 대체되고 있지만 수요를 온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약제 선택 폭 자체가 좁아지면서 환자들의 약가 부담과 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

재활치료와 신경완화치료에 대한 접근성도 열악하다. 보험 수가 체계가 미비하고 전문 인력 기반도 취약해 환자들이 실질적인 재활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퇴행성 질환 특성상 조기 재활치료를 통해 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입원 재활, 외래 재활 모두 제약이 크고 결과적으로 증상 악화와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약재 공급 불안과 치료 공백 문제는 결국 전담 부서 부재로 인한 구조적 관리 부재에서 비롯된다. 환자들은 단순한 치료비 부담을 넘어 질병 진행에 따른 생존권 위협과 정보 단절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양태 대한파킨슨병협회 이사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부에 소통 창구가 없다는 것이다. 민원을 넣어도 대응할 부서가 없다.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재활은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볼 데가 없다”며 “환자 지원센터를 설립해 환자들이 이러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파킨슨병이 진행하면 우울증까지 동반한다. 올해만 해도 협회 회원 중 5분이 자살했다. 이런 분들을 국가 시스템 안에서 걸러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또 “병원에서는 진료 시간이 1~2분밖에 안 된다. 의사들이 환자한테 병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없다”며 “젊은 환자들은 인터넷 검색이라도 하는데 평균 나이가 68세인 협회 회원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파킨슨 환자 평균 나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없다”고 말했다.

치매와의 비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 이사는 “치매 관리에 준하는 제도가 생긴다면 좋겠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현실적이지 않다. 또 치매는 인지 기능이 떨어지지지만 파킨슨은 운동 기능이 떨어진다. 치매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면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며 “파킨슨병에 맞는 별도의 체계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학계, 환자단체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식약처 등 관련 기관들이 각자 따로 움직이며 정책이 파편화돼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며 “파킨슨병 문제는 단순히 환자 개인 차원을 넘어 초고령사회 노인 복지 전반과 직결된 문제다. 파킨슨병 관리를 체계화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의 노인 복지 수준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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