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난해 드론 배송 270만 건 돌파
날씨와 지역 상관 없이 빠른 배달 가능
'저고도 경제' 힘입은 드론 기술 고도화
韓 배달 로봇 '딜리' 8월 현장 투입 예고

중국에서 드론 배달이 일상화되며 외식과 소형 물류 시장의 배송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바이두
중국에서 드론 배달이 일상화되며 외식과 소형 물류 시장의 배송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바이두

중국에서 드론 배달이 일상화되며 외식과 소형 물류 시장의 배송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교통체증 해소와 오지·도서 지역 물류 사각지대 극복은 물론 탄소배출 저감 등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주목받으며 새로운 배송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역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중심으로 미래 배송 기술에 대응하고 있다.

26일 중국 교통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드론 배송 건수(음식 배달 제외)는 270만 건에 달했다. 민간 드론 수는 2020년 52만 대에서 지난해 218만 대로 4년 만에 약 4.2배 증가했다. 드론은 교통체증 해소는 물론 오지나 도서 지역 등 물류 사각지대에도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외식 배달업계 점유율 1위 메이퇀은 가장 먼저 '공중 물류' 시장을 주도했다. 2017년 드론 배송을 시범 도입한 뒤 2023년에는 중국 최초로 민항국의 상업화 운영 자격을 취득했고 올해는 '3km 15분 도달'이라는 대규모 상용화를 실현했다.

이는 메이퇀이 8년에 걸쳐 구축한 '공중 운송력' 시스템의 결과로 4세대 드론 FP400에는 양안 입체 비전 카메라, 4D 밀리미터파 레이더 등 20여 개 센서가 탑재됐다. 이 드론은 영하 20도에서 영상 50도까지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비행하며 풍속 6급 강풍과 중간 정도의 비를 견뎌 중국 도시의 97% 이상 자연조건에 대응할 수 있다.

메이퇀(美团)과 양대 플랫폼 체제를 이루는 어러머(饿了么)도 2018년 상하이에서 시범 운행을 시작해 현재는 허페이, 항저우, 원저우 등지에서 캠퍼스와 관광지 중심의 드론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2월 배달 시장에 진출한 징둥딜리버리(京东外卖) 역시 차량으로 4시간 이상 걸리던 시골 배송을 드론으로 20분 만에 대체하며 배송 속도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

메이퇀 배송 드론이 전용 배달 기기에 착륙하고 있다. /바이두
메이퇀 배송 드론이 전용 배달 기기에 착륙하고 있다. /바이두

이 같은 중국 드론 배송의 발전에는 정부의 정책 지원도 크게 작용했다. 중국 정부는 '저고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선전 지역을 시범 사업 구역으로 지정해 1200개의 착륙장을 구축, 물류와 의료 등 긴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으며 상하이에는 도시 저고도 물류 운영 시범센터를 조성해 드론과 지상 교통 간 연계 체계를 실현했다.

또한 지난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무인항공기 비행 관리 잠정조례'를 통해 고도 120m 이하 공역을 '비행 가능 공역'으로 지정하고 초소형·경량 드론의 자유 비행을 허용했다. 공업정보화부는 드론 통신 시스템에 2.4GHz, 5.8GHz 등 주파수를 배정해 비가시권 비행과 데이터 전송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선전 지역에 거주 중인 한국인 유학생 김강산 씨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드론 배달은 대부분 KFC나 써브웨이 같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전용 앱으로 주문한 뒤 드론 배달 지정 구역에서 번호 뒷자리를 입력해 수령받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드론 배달 특성상 집 앞이 아닌 지정된 장소로 직접 가야 하고 메뉴도 제한적이라 본격적인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라며 "신기해서 몇 번 이용해 본 정도"라고 말했다.

배달의 민족 배달 로봇 '딜리'. /배달의민족
배달의 민족 배달 로봇 '딜리'. /배달의민족

한국 역시 배달 로봇을 통해 미래 배달 앱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로봇 배달을 선택했다. 배민 관계자는 "로봇 배달 개발은 급증하는 배달 수요와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라이더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퀵커머스 확산과 1인 가구 증가로 배달 수요는 늘고 있지만 인구 구조상 라이더 수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해지면 결국 고객과 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가 인상된다"며 "우아한형제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설루션으로 로봇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고 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배민은 지난 2017년부터 배달로봇 기술을 직접 개발하며 기술력 축적에 힘써왔다. 지난 17일에는 세 번째 모델인 배달로봇 '딜리(Dilly)'가 한국 로봇산업 진흥원이 주관하는 실외 이동로봇 운행 안전 인증을 획득했다. 현행법상 보도 등에서 배달 로봇을 운행하려면 해당 인증을 받아야 한다.

딜리는 하드웨어에 듀얼 스티어링(Dual Steering) 방식을 적용해 고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 바퀴에 독립 서스펜션을 장착해 비포장도로나 방지턱 등 불규칙한 도로에서도 속도를 유지하면서 상품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계절 변화에 따른 온도 변화와 비·눈 등 열악한 기상 조건에 대응하기 위해 IP54 등급의 방수·방진 성능도 갖췄다. 이번에 인증을 받은 신형 모델은 오는 8월부터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며 가파른 경사로 주행이 가능해지면서 서비스 지역이 확대되고 B마트는 물론 일반 음식 배달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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