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엔진 발전기 탑재한 전기차 부상
캐즘에 할인 경쟁으로 업계 수익 악화
현대차, 2026년 'GV70 EREV' 출시 예고
"충전 인프라 없어도 장거리 주행 가능"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 후퇴 기조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하면서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의 중간 기술인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북미에서 인기를 끌며 완성차 업체들도 EREV 시장 진출 경쟁에 나서고 있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EREV는 유럽, 북미,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EREV를 내연기관차로 분류하지 않는 방향으로 규제 해석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2035년 내연기관 퇴출 정책을 우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REV는 소형 엔진 발전기를 탑재한 전기차다. 모터로 주행하다가 배터리가 부족하면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배터리가 번갈아 바퀴를 구동하는 반면 EREV는 주행 중 엔진 개입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

중국은 EREV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다. 이달 초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서는 리오토가 '리오토 원'부터 '리오토 L9'까지 다양한 크기의 ER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보였다. 리오토는 EREV 전문 제조사로 지난해 고급 SUV 49만3000대를 판매했다. 지난달 서울모빌리티쇼에서는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고급 브랜드 '양왕'이 프리미엄 EREV SUV 'U8'을 전시한 바 있다.
중국 승용차연합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603만 대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지만 EREV는 120만 대로 79% 늘어 전기차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폭스바겐도 중국 시장을 겨냥해 첫 EREV 모델인 콘셉트카 'ID.ERA(에라)'를 공개했다. 상하이자동차(SAIC)와 협력해 개발한 SUV로 배터리 모드에서는 300㎞, 주행 중 엔진 충전을 통해 700㎞ 이상 추가 주행이 가능하다.
중국과 북미 시장에서는 전기차 기업 간 경쟁이 이미 치열하다. BYD는 최근 EV 재고 증가와 판매 부진에 대응해 22개 전기차 모델에 최대 5만3000위안(약 1009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모델에 따라 13~34% 가격을 인하했으며 자율주행 기술 '천지시안(天神之眼)'이 적용된 신모델도 포함됐다.
JP모건에 따르면 중국 내 전기차 할인율은 지난해 평균 8.3%에서 올해 3월 16.3%, 4월 16.8%로 증가하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BYD가 최신 모델까지 가격을 대폭 인하하자 경쟁사들도 줄줄이 가격을 낮추고 있다. 현재 중국 내 50여 개 전기차 업체 중 실제 수익을 내는 곳은 BYD와 세레스(Seres)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EREV는 제조사 입장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하이브리드와 함께 EREV를 병행해 수익성과 판매량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인도 증권거래소 상장식에서 "전기차 캐즘은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비용 문제가 원인"이라며 "6~7년 내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EREV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으며 내년 말부터 중국과 북미에서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고가 라인업인 제네시스 브랜드에 EREV를 적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오는 2026년 12월 'GV70 EREV' 출시를 예고하며 기존 GV70 전동화 모델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북미, 유럽, 한국 등 전기차 인프라가 활발히 확장되고 있는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초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며 연간 8만 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중국에서는 싼타페 등 준중형 EREV 모델을 출시해 연간 3만 대 이상 판매할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EREV는 소형 발전용 엔진이 들어간 전기차의 한 형태로 필요시 엔진을 제거해 순수 전기차로도 전환이 가능한 구조"라며 "충전 인프라와 무관하게 장거리 주행이 가능해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되기 전 과도기 모델로서 의미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는 전기차 기술을 바탕으로 EREV를 옵션 형태로 추가하며 효율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며 "다만 한국에서는 엔진이 장착된 차량에 대해 전기차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보급 확산에는 정책적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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