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이 국가재정 갉아먹어
수당 지급, 대규모 감세·빚 탕감
재원 마련 구체적 설명 애매모호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 예산이 소요되는 '퍼주기' 공약을 내놓는 모습이다. 이에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후보들의 경쟁이 나라 살림을 거덜 낼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아동수당 만 18세까지 월 20만원 지급으로 확대(16조 5031억원) △소득세·법인세 감면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부채 탕감(20조원) 등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 공약 이행에만 수십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는 이날에도 재정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후보는 인천 남동구 유세에서 “우리나라는 국민에게 공짜로 주면 안 된다는 희한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나라 빚이 1000조 원으로 늘었다는 등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국민 총생산이 2600조원인데 국가 부채가 50%가 안 되는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 때 경기가 죽으니까 다른 나라는 빚을 지면서 국민을 지원했는데 대한민국은 똑같거나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기초연금을 현행보다 대폭 인상한 월 40만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소득 하위 50% 이하인 취약계층 대상이다. 이는 고령층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막대한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
또한 김 후보는 ‘감세 폭탄’ 수준의 공약을 던졌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폭보다 훨씬 크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21%로,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0%까지 내리겠다고 밝혔다. 종부세 폐지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 중과까지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신구 국민연금 분리라는 파격적인 안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 연금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동시에, 분리 과정 및 안정화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는 공약이다. 아울러 법인세 30%를 지방세로 전환하고 법인지방소득세액을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 후보들이 내놓은 선심성 공약들을 합산하면 그 규모는 수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남발한 건 조기 대선 정국에서 단시간에 눈길을 끌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애매모호하다는 점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출 구조조정분’과 ‘총수입 증가분’으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세제 개편과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성장으로 세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는 별도 재정 투입 없이 가능하다고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추가 감세가 없더라도 2072년 국가채무는 지금의 6배 수준인 7303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선 국가 부채와 적자 재정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는 이러한 공약 경쟁이 국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현실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 규모를 고려할 때, 후보들이 제시하는 장밋빛 청사진은 대부분 실현 불가능하거나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빚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책임 있는 자세와 현실적인 재정 운용 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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