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 장애인 고용 정책
여성 맞춤형 일자리·지원 부재
비정규직·저임금 구조 개선 시급

장애인 고용 정책이 남성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여성 장애인은 노동시장에서 이중 차별을 겪고 있다. 고용률과 임금은 남성 장애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비정규직 비율은 일반 여성보다도 높다. 그러나 여성 장애인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현행 장애인 고용 정책은 장애인 전체를 대상으로 운영되면서 성별 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 구조다. 여성 장애인의 노동시장 내 낮은 진입률과 소득 격차는 단순한 장애 문제가 아니라 성별 차별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여성 장애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15세 이상 여성 장애인의 고용률은 22.3%에 그쳤다. 남성 장애인(42.3%)보다 20%포인트 낮고 비장애인 성별 간 차이(16.0%포인트)보다도 격차가 크다.
비정규직 비율도 여성 장애인은 82.8%에 달해 전체 여성(47.3%)보다 훨씬 높았다. 임금 격차 역시 극명하다. 2024년 기준 여성 장애인의 월평균 임금은 약 127만원으로 남성 장애인(약 241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A광역시 공공기관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지체장애인 유은재 씨(가명·여·38)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장애인 전형으로 채용하는 일자리는 ‘로우 레벨’ 직군 중심으로 편성돼 있어 급여가 낮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기술직, 경비직, 환경미화직 위주”라며 “이런 직군은 남성이 선호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 장애인을 위한 직무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 취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애인 전형에서 정규직을 뽑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계약직·인턴·단기 일용직이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도 장애인 고용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사무지원·행정보조 같은 단순 업무 중심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성 장애인이 특정 직군에만 집중되는 현상도 문제다. 유씨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을 제외한 일반 중소기업에서도 생산직 위주로 장애인을 채용하다 보니 남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여성 장애인은 기회 자체가 적다”고 토로했다.
반면 여성 장애인이 많이 하는 직종은 요양보호사 등 돌봄직과 서비스직이 많지만 이마저도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유씨는 “결국 여성 장애인은 SNS 마케팅, 재택근무, 온라인 상담 같은 직종으로 몰리지만 대부분 저임금이며 안정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장애인 스포츠나 예술 활동에서도 여성의 입지는 좁다. 유씨는 “운동 실업팀처럼 장애인 선수에게 월급을 주고 고용하는 기업·기관이 있지만 남성 중심의 종목이 대부분이라 여성 장애인이 소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원이 발달장애인 예술가 중심으로 편향돼 있어 지체장애 여성들은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성 장애인의 노동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맞춤형 직업 교육과 직군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당사자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유은재 씨는 “여성 장애인을 위한 직업훈련이 부족하다”며 “데이터 라벨링 같은 신생 직군도 장애인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정보와 지원 부족으로 접근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여성 장애인이 진입할 수 있는 직군을 개발하고 맞춤형 훈련과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여성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자체가 거의 없어 공공기관과 지자체 차원의 연계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에 “장애인이 모든 직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논의가 부족하다. 여성 장애인의 근무 환경에 대한 고민은 더욱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장애인 고용 정책은 장려금과 부담금 감면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여성 장애인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은 거의 없다”며 “실태조사나 성별 분류 등 단순한 통계를 넘어 여성 장애인의 현실을 반영한 노동 정책을 설계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팀 팀장도 “여성 장애인은 서비스업에서도 편견으로 인해 기회를 얻기 어렵고 육아 부담과 건강상의 제약으로 인해 고용 안정성이 더욱 취약하다”며 “단시간 근무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정규직화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