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도 1분기 실적 역대 최고치
은행권 소상공인 채무조정 등 자구책

국내 4대 금융지주가 1분기 5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연합뉴스
국내 4대 금융지주가 1분기 5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연합뉴스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올해 1분기에만 5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 수준을 기록했다. 실물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대출 자산은 늘고 예금금리는 낮아지며 이자이익이 방어된 결과다. 하지만 조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상생금융’에 대한 요구가 다시 거론되면서 금융지주들도 실적에 따른 대응 기조를 조율하는 분위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총 4조9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가량 증가했다. KB금융은 1조6973억원으로 63% 가까이 순익이 급증했고 신한금융도 1조4883억원으로 12.6% 성장, 하나금융은 1조1277억원으로 9.1% 늘었다. 우리금융은 6156억원을 기록하며 25.3% 줄어 4대 금융 중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이번 호실적은 지난해 1분기 홍콩H지수 ELS 손실 배상 충당금이 대거 반영된 데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원화대출금이 1년 새 약 64조7000억원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이 늘며 이자이익은 4대 금융 기준 10조6000억원을 넘겼고 예금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NIM) 방어에도 성공했다.

이 같은 실적은 조기 대선 국면과 맞물리며 금융권 내부에 대외적인 부담 요소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경기 둔화 속에서도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과 여론이 요구하는 ‘상생금융’ 기조에 금융지주들이 신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특히 조기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새 정부 출범을 전후로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정책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월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도움이 절실할 텐데 원래 금융기관의 기본 역할은 지원 업무“라며 ”서민과 소상공인에 희망이 되어달라"며 "어려운 시기엔 금융상의 어려움도 많이 겪기 때문에 해결 방안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무위 소속 의원들 역시 지난달 5대 은행장을 만났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돼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크고 국민의 삶에 여파를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어떻게 지원해 나갈지 함께 고민하고 은행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실적이 좋을수록 외부 시선도 함께 따라오는 만큼 올해는 상반기부터 대외 메시지에도 보다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 방향을 지켜보면서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을 위한 추가 대응도 내부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은행권도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18일부터 구조적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소상공인 119plus'를 본격 가동했다. 연체 전 단계에서 장기분할상환이나 금리 감면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단순 만기연장을 넘어 실질적인 상환 유인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기존에는 개인사업자만 대상이었으나 이번에는 법인 소상공인까지 포함되며 대상도 확대됐다. 금융권은 이를 통해 상환 부담을 완화하고 자영업자 부실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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