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약 선호하는 정부 때리는 野
한화측 "나눠서 제작해도 문제 없어"

한화오션이 지난해 6월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종합학술대회에 참가해 전시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한화오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사업인 KDDX를 둘러싼 8조원 규모의 수의계약 강행 논란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단순한 절차 논란이 아니다. 설계도면 유출로 유죄판결을 받은 HD현대중공업에 상세설계를 맡겨도 되겠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24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계약 여부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며 일제히 제동을 걸고 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천만 원도 수의계약이 어렵다는 상황에서 8조 원을 관례로 밀어붙이냐"고 비판했고 같은 당 조승래 의원은 "전 정권에서 미리 짜놓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으로 사실상 낙점된 상세설계 사업을 밀어붙일 태세다.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를 수행하는 건 관례"라는 논리다. 다만 이런 ‘관례’를 군사기밀 절도라는 유죄판결을 받은 업체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3년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 취득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달리 한화오션 측이 연루된 잠수함 도면 유출 건은 KDDX 사업과 무관한 별건으로 도면이 독일 수출형 설계자료였고 군사기밀성 여부조차 쟁점인 상황이다.

방사청의 수의계약 추진 자체에도 전략적 허점이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산업부가 지정했더라면 지금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회사를 동시에 지정해놓고 결국 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건 상도에 맞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

HD현대는 상세설계와 계약 전체를 자사가 주도하고 한화에 일부 하청 물량만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는 "설계부터 공동 수행하고, 건조도 각각 나눠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프로젝트를 통합해서 끌고 갈 업체는 없기 때문에 각자 나눠 맡아 동시 진행하는 구조가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KDDX는 2030년까지 총 6척을 확보하는 국산 이지스 구축함의 핵심 프로젝트다. 그러나 현재 국방부 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방사청이 사실상 수의계약을 밀어붙이는 모양새가 되면서 ‘알박기’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 국방위 중진 의원은 "지금처럼 밀어붙이면 다음 정부는 이미 정해진 답을 강제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이건 구조적 기만"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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