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금융, 정기주주총회 성료
혁신·성장·선도·환골탈태, 4人4色 키워드
주주가치 제고·내부통제 강화 공통된 목표
하나 '비은행 강화'···우리 '비과세 배당' 카드
KB·신한금융, 여성 사외이사 영향력 늘었다
내부통제 강화 첫 걸음···실무 숙제 풀어야

4대 금융지주(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올 한 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효율적인 주주환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올 한 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효율적인 주주환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올 한 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효율적인 주주환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는 4곳 지주가 공통으로 설정했으나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서는 다른 기조를 보였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지주는 지난 25일과 26일 양일간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각 지주사 회장은 주총 인사말을 통해 각양각색 키워드를 강조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5조원을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돌파하며 리딩금융 왕좌에 오른 KB금융의 양종희 회장은 '혁신'과 '성장'을 2025년 핵심 키워드로 선정했다. 신한금융의 진옥동 회장은 '일류신한'을 언급하며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연임에 성공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지주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건으로 홍역을 치른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환골탈태'를 다짐하며 4대 지주 중 최초로 '비과세 배당' 카드를 꺼냈다.

KB금융이 올해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계획한 금액은 약 1조7600억원이다. 이중 1조2400억원은 현금배당 예정이며 상반기에만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해(39.8%)를 웃도는 주주환원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여타 금융지주보다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높다. 회사는 연중 해당 비율 13.5% 초과분을 추가 주주환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투자자의 배당금 확인 가능성도 높아졌다. KB금융은 주총에서 3월, 6월, 9월 말일부터 45일 이내에 이사회 결의로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할 수 있도록 변경한 정관을 의결했다.

KB금융의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는 1.5%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는 여타 금융지주(1.3~1.4%) 대비 높은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을 나타내 계획한 주주환원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oRWA란 대출 종류에 따른 위험 수준별로 가중치를 둔 위험가중자산 대비 이익 비중을 뜻한다. 이 수치가 높으면 은행이 보유한 리스크에 비할 때 수익성이 높다는 뜻이 된다.

KB금융은 순이익 중 은행을 제외한 계열사의 기여도가 40%에 이를 정도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이는 RoRWA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024년 연간 실적 발표를 통해서 2025년 주주환원율을 40~44%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분기별 주당 배당액은 570원으로 1년간 주당 배당액은 2280원으로 예정됐다.

신한금융은 분기배당 관련 투자자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분기배당 기준일을 이사회 결의로 확정하도록 변경한 정관을 통과시켰다. 회사는 지난 2023년 1분기부터 업계 최초 분기 균등배당을 정례화했던 바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해 주당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오는 2027년까지는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늘리고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0%를 달성할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5일 제2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함영주 회장의 연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함 회장은 "시장을 선도하는 금융그룹으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이 시장을 선도하는 지주사가 되기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수단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다. 지난해 기준 약 82%에 달하는 하나은행의 연간 지주 순이익 기여도를 줄여나가 2027년에는 보험사와 카드사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순익 기여도를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함 회장은 연임과 동시에 이 같은 전략을 내세웠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는 금리 인하기 수익성 다변화 정책의 일환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금리 상승기에는 은행 이자이익이 풍부해 그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았지만 최근 금리 인하 기조와 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 속에서 중요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는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 현재 하나금융의 자산운용 부문 계열사는 시장 점유율과 규모 면에서 10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 서 교수는 "현실적으로 단기에 비은행 강화가 쉽지 않고 인수·합병(M&A)을 통한 확장 가능성도 작다"면서 "당장의 성과보다는 전략적 방향을 알리는 선언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지난달 하나금융은 여타 지주사와 같이 올해부터 분기 균등 현금배당을 적용하고 연간 배당 총액을 고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38%였던 주주환원율은 올해 최소 453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이후에도 주주환원율을 계속 높여 오는 2027년에는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제6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3조원 규모의 자본준비금 감액안을 의결하고 이를 비과세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비과세 배당은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일반 배당과 달리 기존 주주가 출자해 쌓아뒀던 자본잉여금의 일부를 배당 재원으로 삼는다. 회사의 이익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회사에 냈던 돈을 다시 돌려주는 것으로 해석해 과세하지 않는다. 

올해 4분기 결산배당부터 적용되는 비과세 배당에 따라 우리금융 개인주주는 원천징수(15.4%) 없이 배당금의 100%를 수령하게 된다. 배당금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아 대주주도 혜택을 입을 수 있을 예정이다.

우리금융 역시 다른 지주와 마찬가지로 분기배당 기준일을 3, 6, 9월 말일에서 이사회가 결의하는 배당금액 확정일 이후로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15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할 예정이다. 지난해 12.08%에 그쳤던 CET1 비율은 12.5%까지 끌어올린다.

4대 금융지주 회장.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 회장, 함영주 하나 회장, 임종룡 우리 회장 /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 회장.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 회장, 함영주 하나 회장, 임종룡 우리 회장 /연합뉴스

전문가는 4대 지주의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확대 전략에 호평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이 실질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편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그만큼 시장과의 신뢰도 점차 쌓여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과거와 비교할 때 주주환원율 자체도 상당히 준수한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이런 부분은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주의 향후 성장에는 새로운 전략이 요구될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시장 안에서 4대 지주가 파이를 크게 확장하기에는 제한이 있는 구조이기에 PBR(주가순자산비율) 제고 등 시장 재평가를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4대 지주는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진을 새로 꾸렸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여성 사외이사 비율 또는 영향력을 확대했다. 하나금융은 5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을 유지한 반면 우리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을 교체하며 쇄신에 나섰다.

KB금융은 차은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 등 2명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출했다. 주총 직후에는 이사회를 열고 중임 조화준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KB금융은 역대 두 번째 여성 이사회 의장을 배출했다. 이로써 KB금융의 사외이사 7명 중 3명은 여성으로 42.8%의 비율이 유지됐다.

신한금융은 양인집 어니컴 회장, 전묘상 일본 스마트뉴스 총괄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출함으로써 9인 체제를 이어갔다. 전묘상 총괄이 새로 선출되면서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9명 중 여성은 3명에서 4명으로 증가했다. 비율로는 44.4%다. 신한금융의 이사회 의장은 여성인 윤재원 사외이사가 자리를 지킨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장은 본지에 "금융지주 차원에서도 시대적 흐름에 맞춰 여성 사외이사 영향력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9명의 사외이사 중 단 1명만을 교체했다. 서영숙 전 SC제일은행 전무가 25일 주총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임기가 만료됐던 사외이사 5명 중 4명은 재선임됐다.

이와 반대로 우리금융은 임기가 만료된 5명의 사외이사 중 윤인섭 사외이사만을 재선임하고 4명을 신규 선임했다. 신임 사외이사는 △김춘수 전 유진기업 대표 △김영훈 전 다우기술 대표 △이강행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이영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다.

사외이사 교체는 내부통제 강화와도 관련된다. 4대 지주는 이번 주총을 통해 내부통제위원회 설치와 관련된 변경 정관을 의결했다. 이들 사외이사 중 일부는 각 지주사가 이번 주총을 통해 신설하게 될 내부통제 기구에 소속된다. 4대 지주가 내부통제 강화를 주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기구를 마련할 계획인 것은 긍정적인 '첫걸음'이다. 이제는 실질적인 내부통제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이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은행 부당대출 사건과 증권사 금융사고 등 대규모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내부통제와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러한 배경에서 사외이사 선임 방향도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에 "지주사 내부에 업무 통제를 총괄하는 모니터링 체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지주사의 사외이사진이 내부통제 기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 실무적인 과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역할뿐만 아니라 이사회 사무국, 실무진 등이 함께 내부통제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며 "톱다운(Top-down) 방식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바텀업(Bottom-up) 방식도 함께 작동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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