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전략'에 화답한 정의선
TSMC도 삼성과의 '속도전'에서 승리
샤오미 만난 이재용, 이 와중에 줄타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공식화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투자 지연과 보조금 삭감에 이어 이재용 회장의 중국 방문까지 겹치며 '외교 감각 부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무기화 정책이 노골화하는 가운데 대만 TSMC와 한국 현대차가 발 빠른 투자 전략으로 미국 정부의 파트너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과 직접 면담한 직후 미국 내 생산 확대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하며 규제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의선 회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루이지애나주에 50억 달러 규모의 첨단 철강 공장을 포함한 이번 투자는 약 13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의 미국 내 생산 확대는 관세를 피하는 길"이라며 "현대차는 미국 제조업 부흥에 핵심적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만의 웨이저자(魏哲家) TSMC 회장도 트럼프와의 만남 이후 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TSMC는 이미 애리조나에서 4나노미터(nm)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면서 미국 내 최초의 첨단 로직칩 양산이란 성과를 냈다. 미국 정부는 이에 화답해 지난해 말 66억 달러의 보조금 중 15억 달러(22%)를 선지급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TSMC는 미국 내 '첨단 칩 생산 능력'으로 확실한 신뢰를 구축했고, 현대차는 철강과 전기차에 걸친 일자리 창출을 무기로 삼았다"며 "둘 다 트럼프의 정치적 메시지와 이해를 정확히 짚고 움직였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이 2025년 이후에야 가동될 예정인 데다 투자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어 보조금 역시 64억 달러에서 47억 달러로 삭감됐다. SK하이닉스의 HBM 패키징 공장도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즉각적 실천'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해 샤오미 레이쥔 회장과 만나 차량용 전장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하지만 샤오미는 미국 내 제재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표적 중국 기업이어서 이 회장의 행보는 삼성전자가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방향을 뚜렷이 잡지 못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TSMC는 미국 안보·산업 전략에 이미 깊이 편입됐지만 삼성은 여전히 보조금 삭감을 방어하는 데 급급한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중국을 찾았다는 건 시점과 상징성 모두에서 전략적 실수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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