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 긍정론 이재용 리더십 힘실어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
금산분리 규제 철폐하면 간단하게 해결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021년 한 포럼에서 ‘ESG는 유행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021년 한 포럼에서 ‘ESG는 유행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삼성증권이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삼성 금융 계열사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김 교수는 오너 경영에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로 그의 합류가 삼성증권뿐만 아니라 삼성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김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법과대학원에서 석사, 독일 뮌헨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금융 및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다. 한국금융투자협회 공익이사, 한국ESG기준원 의결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민연금공단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회 위원장과 서울대 ESG위원회 위원,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도 활동해 왔다.

김 교수는 학계 및 자본시장에서 오너 경영을 지지하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그는 저서와 칼럼을 통해 "한국의 기업 환경에서는 오너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경영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오너의 이사회 복귀를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에 힘을 싣기도 했다.

특히 2023년 출간한 '이사회경영: 지배구조 이론과 사례'에서 "오너가 이사회에서 경영에 참여하면 투명성이 높아지고 책임성이 강화된다"며 "외부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경영을 위해 오너가 이사회 내부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교수의 이사회 합류는 삼성증권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삼성 금융 계열사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편에선 김 교수의 삼성증권 이사회 합류를 두고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공단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데 국민연금은 삼성증권 지분 13.08%(2024년 1월 기준)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또한 삼성증권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 6.87%도 보유하고 있어 국민연금이 행사하는 의결권과 김 교수의 이사회 활동 간의 충돌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증권은 삼성생명이 29%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다.

또한 삼성전자의 3조원대 자사주 소각에 따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합병 가능성이 부각된 상황에서 김 교수의 금융중심 철학이 그룹 전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관심사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 감소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공정거래법 등의 규제로 점진적으로 이뤄진 결과다.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 매각 의무가 발생하고 의결권 행사에도 제한이 따른다.

정부는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를 원했지만 현행 규제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고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다. 이로 인해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금산분리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김 교수는 올해 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금융 산업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1등 기업이 탄생해야 한다"며 "금융이 단순한 자금 중개를 넘어 경제 혁신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할부판매의 발달 사례를 금융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하며 금융상품의 발전이 결국 산업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금융업이 본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반박하며 기업의 혁신이 △기술혁신 △조직혁신 △금융혁신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이루어진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금융업의 핵심은 성품과 신용으로 쌓은 인적 네트워크이며,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하버드 경제학자 데이비드 랜디스를 인용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면 금융산업의 비중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금융업은 제조업과 달리 물리적 제품을 수출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금융의 삼성전자'가 화두였던 시기가 있었지만 금융·비금융 계열사 분리를 규정한 금산법 및 공정거래법 등의 규제로 인해 실현되지 못한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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