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률, 10년간 지속 상승
일자리 질·노동 환경 여전히 열악
에이전시 간접 고용 구조 주원인
직무 중심 장애 인식 교육도 필요

장애인 고용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저임금 일자리와 취약한 노동권 문제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민간 에이전시의 간접 고용 구조와 고용 이후 사내 인식 교육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2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장애인이 일하는 환경은 대부분 초단시간, 최저임금 일자리에 집중돼 있다. 이들이 처한 노동조건은 통계상의 수치만큼 개선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장애인 의무 고용 현황’에 따르면 2023년 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평균 3.17%, 공공은 3.86%, 민간은 2.99%로 나타났다. 10년간 추이를 볼 때 장애인 고용률 및 규모는 지속 상승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장애인 고용률은 자치단체 5.9%, 공공기관 3.90%, 중앙행정기관 3.43%, 헌법기관 2.86%, 교육청 2.51% 순이었다.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99%로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1000인 이상 기업의 고용률이 전년 대비 0.11%p 상승해 전체 장애인 고용률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장애인 고용인원은 21만5195명이며 500인 이상 기업이 10만9703명으로 5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일자리의 질에 대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수도권 공공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지체장애인 김미정 씨(가명·여·38)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대학을 졸업한 장애인들도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나 인턴십 형태가 일반적이다. ‘더 일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있어도 구조적으로 다음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며 “일을 한다 해도 하루 3~4시간, 한 달에 60만~100만원 수준에 머무는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제한된 근무시간과 저임금 구조는 복지 수급 기준을 넘지 않기 위해 고의로 설정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된다. 이는 장애인이 생계와 자립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운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간접 고용 구조의 확산도 문제다. 장애인 의무 고용을 채우기 위해 기업이 민간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중증장애인을 해당 에이전시 소속으로 등록하는 방식이다. 김미정 씨는 “실제 회사에서 일하지 않고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고용된 것처럼 처리하는 형태도 많아졌다. 최중증 장애인이 주로 이런 구조에 포함된다. 일부는 일할 기회가 생긴 점에서 만족할 수 있지만 사회적 관계나 자율적인 업무 수행 경험 없이 단절된 환경에 놓이게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씨는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이나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SNS 모니터링', '자료 요약'과 같은 간단한 업무를 부여하고 그 결과물을 받아서 기업에 전달하는 에이전시가 있다. 기업은 이로써 의무 고용률을 충족했지만 장애인 당사자는 실질적 소속감 없이 원격으로만 일하는 것”이라며 “일부는 사무실에서 음악 교실이라는 명목으로 단순 신체 활동만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구조는 장애인의 사회 참여라는 고용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민간 에이전시 중심의 고용 구조가 장애인을 초단기·저임금 일자리로 고착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A 연구원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장애인 고용시장에서 특히 중증장애인은 4시간짜리 초단시간 일자리로 내몰린다. 이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데도 민간 에이전시들이 이를 고용의 표준처럼 양산하고 있다. 게시판 모니터링 등 사실상 실효성 없는 업무를 ‘노동’처럼 포장해 기업의 고용 의무만 채워준다. 그 과정에서 에이전시는 사업체로부터 커미션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장애인의 경력 개발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고용 형식만 갖춘 채 의무 수치를 채우는 데 집중한다”며 “결국 장애인은 승진 가능성도, 장기 고용 안정성도 없는 일자리에 머물게 된다”고 비판했다. 장애인이 독립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충분한 소득도, 조직 내 성장도 기대할 수 없는 환경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는 취업 알선에 해당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노동의 본질적 가치나 직장 내 유대관계 형성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질의 일자리에서 먼저 장애인을 고용해야만 구조적 악순환이 끊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 연구원은 “대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부담금으로 대체하면 저임금 위주의 고용 시장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 고용 부담금을 현재처럼 최저임금 수준이 아닌 ‘해당 기업 평균 연봉 기준’으로 상향하는 등 고임금 일자리를 가진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부담을 느껴야 한다”며 “그래야 기업이 자발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직업 훈련이나 경력 관리 투자에 나서는 등 상향된 장애인 고용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고용 이후 사내 환경 역시 장애인에게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미정 씨는 여성경제신문에 “근로지원인과 출장·회식에 동행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장애인 직원이 비공식적으로 업무에서 제외되거나 식당 접근성 문제로 혼자 식사하게 되는 등 구조적 차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장애인 법정 의무 교육은 장애 유형에 대한 표면적 설명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실제 상황에 맞춘 산업별‧직무별 교육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 연구원은 이에 대해 “(직무별 장애 인식 교육은) 통합 의무 교육안에서 보편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행 장애 인식 교육은 사업주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의무화돼 있다. 이 체계에 ‘직장 내 장애 인식 교육’ 파트를 명시적으로 삽입해 교육을 받는 이들이 장애인을 고용했을 때 별도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필요한 내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보편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