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에선 유동성 확대 기대
2분기부터 투자·재무 목적 아닌 경우
지정기부금 단체인 비영리법인 대상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학과 기업 등 법인에도 암호화폐 거래의 길이 열리면서 각계가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진 법인의 암호화폐 거래가 제한됐으나 금융위원회의 조치로 기업도 공식적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할 길이 뚫렸다.

19일 법무법인 율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법인의 암호화폐 거래는 실질적으로 금지됐다. 은행들이 법인 명의의 거래용 실명계좌 개설을 막으면서 기업들은 암호화폐를 공식적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 이번 조치는 그러한 규제의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학과 기업들은 취득한 암호화폐를 현금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는 해외 거래소를 이용해야 했다. 대표적으로 위메이드로부터 1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기부받은 서울대나 동서대는 위믹스 코인을 현금화할 수 없었다. 암호화폐 계좌는 개인과 법 집행기관(검찰·국세청 등)에 한해 발급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그동안 제한해 왔던 법인의 암호화폐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먼저 오는 2분기부터는 투자·재무 목적이 아닌 암호화폐 보유 기관에 한해 계좌 발급이 허용된다. 대상은 지정기부금 단체인 비영리법인, 대학교 학교법인, 암호화폐 거래소 등이다. 이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시장 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코인 시장에선 법인의 참여로 유동성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2022년 9월 오세정 서울대 총장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10억원 상당의 코인 기부식을 가진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지난 2022년 9월 오세정 서울대 총장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10억원 상당의 코인 기부식을 가진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금융위원회는 거래소의 자율적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와 함께 암호화폐 매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거래소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 대상 맞춤형 서비스도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법인의 암호화폐 거래 허용으로 자금세탁 방지 및 내부통제 강화가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법인의 거래 기록 감시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들은 회계·세무 시스템을 정비하고 보안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암호화폐 보유 과정에서 발생할 회계 처리 및 세금 부과 문제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요구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율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 변화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의 새로운 내부통제 기준과 회계·세제 규정이 시장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라며 "기업들도 법적·세무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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