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식품기업 매출·영업익 성장
오리온 등 원가 부담 탓하며 가격 인상
일부 기업 매출원가율은 떨어져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국내 주요 식품 기업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내수 침체와 물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원가 상승 부담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오리온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1043억원, 영업이익은 54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6%, 10.4%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7.5%를 기록했다. 오리온 측은 카카오, 설탕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법인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리온은 2021년 15.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이후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한 바 있다. 

오는 17일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롯데웰푸드도 지난해 수익성이 개선됐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3.3%에서 지난해 3분기 말까지 5.7%로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해 통상임금 등 일회적 요인에 따라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연간 이익률은 3.9%로 다소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웰푸드는 원가 부담을 이유로 초코 빼빼로 가격을 200원 인상하며,  건·빙과 26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다. 특히 월드콘과 설레임 등의 가격 인상률은 약 16.6%에 달한다. 최근 2년 새 수익성이 소폭 개선된 빙그레도 3월부터 슈퍼콘과 붕어싸만코 등의 가격을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빙그레 자회사인 해태아이스도 부라보콘과 시모나 등 가격을 기존 1200원에서 1400원으로 올린다.

소비자들은 식품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이 계속되는 상황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가격 인상은 '내란 사태' 이후 정부의 감시가 느슨해진 시점에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식품업체들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원가 부담을 이유로 거의 매년 연말·연초 제품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원두, 코코아, 원당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나 밀가루 원재료인 소맥이나 대두유, 팜유 등 유지류 가격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적인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맥 가격은 2022년 574원에서 2023년 499원, 지난해에는 441원까지 매년 12∼13%가량 내렸다. 일부 원재료는 정부의 할당 관세 등이 적용돼 기업의 원가 부담이 낮아졌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일부 기업의 매출원가율(판매가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떨어졌다. 롯데웰푸드의 매출원가율은 69.4%로 전년 대비 2.9%p 낮아졌고 빙그레는 67.6%에서 67.0%로, SPC삼립은 84.6%에서 84.3%로 각각 0.6%p, 0.3%p 떨어졌다.

이처럼 최근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잇따르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1일 식품업계에 물가안정 기조에 협조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송 장관은 이날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식품업계 현안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열어 식품기업 대표들과 만나 "제조 혁신, 기술 개발 등 생산성 향상으로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기조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응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있으면 해소하겠다"며 "식품업계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지만, 어려운 때를 다 같이 극복한다는 입장에서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식품기업의 원가 부담 경감을 위해 올해 코코아 생두, 커피 농축액 등 13개 수입 원료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또 수입 부가가치세 10% 면세 조치를 올해까지로 연장하기로 했고 밀, 코코아, 커피, 유지류 등 식품 원료 구입 자금으로 45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세 달 연속 상승 폭이 커지며 2%대로 올라섰다. 과자와 아이스크림은 석유류 제품보다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만, 소비자들의 물가 기대를 자극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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