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적지 않은 이들 尹 탄핵 찬성
대선엔 전반적 여론 흐름 중요
TK 외 지지 받기 힘들 수 있어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가비상기도회에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국민의힘 대구·경북 국회의원 등이 연단에 올라 집회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가비상기도회에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국민의힘 대구·경북 국회의원 등이 연단에 올라 집회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은 아마도 ‘대략 난감’ 상태에 빠져 있을지 모른다. ‘대략 난감’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자신들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8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경찰 추산 5만2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경찰 추산 인원이 이 정도면 주최 측 추산은 10만명이 넘을 수도 있다. 

지난 2월 1일 부산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인원이 경찰 추산 1만400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 집회 참석 인원은 경찰 추산으로만 비교해도 부산 집회에 비해 약 4배 많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서울의 경우도 탄핵 반대 집회에 모인 인원이 탄핵 찬성 집회 참가 인원수보다 많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이런 측면만 보면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을 압도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여론이라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판단한다면 당연히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정치인들은 여론을 따르는 존재이지 자신들의 생각대로 여론을 이끄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집회 인파에 고무돼서는 안 되는 것이 정상이다. 지난 2월 6일 발표된 전국 지표조사(NBS: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국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의 여론조사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비율은 55%에 달했다. 

물론 이 수치는 지난 1월 넷째 주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 2%P 줄어든 것이어서 탄핵 반대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탄핵 찬성 비율이 50%를 넘고 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이들이 탄핵을 찬성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탄핵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전횡에 대한 반감의 표현을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는 해석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측면들을 모두 감안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대구·경북 지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고민을 안 할 수도 있다. 대구·경북 지역은 국민의힘의 확실한 아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다. 이들의 경우 집회에 모인 인원수만 바라보며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정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여당 프리미엄을 누리는 상황에서 차기 총선을 준비하고 싶다면 더욱 여론조사 결과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여당이냐 아니냐가 별 의미가 없지만 다른 지역의 의원들은 여당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지 여부가 당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선에 신경이 안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선과 총선은 선거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선거의 성격으로 보면 완전히 다르다. 총선은 지역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특성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대선은 다르다. 

대선은 다양한 지역 투표의 총합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의 정치적 특성은 별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대선에서는 전반적인 여론의 흐름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국민의힘 의원 구성을 보면 대구·경북 지역의 의원들을 포함해 영남권 의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입장이 당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한다면 서울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의 의원들 혹은 원외 당협 위원장들은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자칫 지역정당으로 몰락할 수 있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다양한 지역의 지지를 받기 힘든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재 국민의힘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의힘이 차기 대선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아성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럴 때일수록 합리적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현명한 선택만이 보수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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