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진 활성화 로드맵 실효성 논란
수소차 목표 6.7만대 현실은 3만대 수준
대기업도 관망···사업성 문제 투자 부담
"경제성, 인프라 문제 해결 방안 필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소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로드맵이 발표됐지만 두산과 같은 국내 핵심 플레이어들이 참가를 꺼리며 수소 생태계 구축이 늦어지는 실정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을 두고 실효성에 대한 문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 로드맵에도 불구하고 사업 진행이 지연되면서 보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정부는 수소차 누적 생산량 세계 1위를 목표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수소차 6만7000대 보급하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2024년 1월 기준 등록 대수는 3만4268대로 목표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재계에서도 수소 사업 투자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협력사들의 사업 포기도 늘어나면서 수소 산업이 점차 후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4대 신사업 중 하나인 수소에너지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추진 중이던 수소 관련 프로젝트들이 '사업성' 문제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2년 2월부터 한국중부발전·제이씨 에너지와 협력해 전남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 내 100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을 주도하던 제이씨가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철수하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이뿐 아니라 국비·지방비·민간 자본 등 1000억원을 투입해 경남 창원에 조성한 국내 첫 '액화수소 플랜트'가 지난해 2월 준공됐으나 1년 넘게 가동되지 않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해당 시설은 천연가스를 개질해 하루 최대 5t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수소 버스 약 2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사업 제안 당시 창원 산단 내 8개 기업이 하루 8.5t 이상의 액화수소 구매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는 대부분이 계약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산단 환경개선 펀드'로 진행된 이 사업의 사업비는 총 1000억원이다. 민선 7기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민선 8기에 들어 경제성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시의회 행정사무 감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등 정치적 쟁점으로 번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수소 경제 초기에는 규모의 경제 실현과 정부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소규모 분산형 수소 발전 방식은 수익성이 낮아 생태계 조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수소 상용차 보급 지연과 충전 인프라 부족이 사업 지연 원인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2024년까지 액화수소 충전소 40곳을 구축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설치된 충전소는 28곳에 그쳤다.

계열사인 두산퓨얼셀도 올해 세계 최초로 실시된 청정수소 발전 시장 입찰(CHPS)을 포기했다. CHPS는 청정수소로 생산된 전력을 장기 계약을 통해 공급하는 제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간 6500GWh(기가와트시) 공급을 목표로 했으나 실제 입찰량은 전체의 11.5%(750GWh)에 그쳤다. 낙찰된 사업자는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추진하는 한국남부발전이 유일했다.
업계에서는 수소 연료전지 발전 방식이 가격 경쟁력에서 석탄 혼소 발전에 밀리고 정책 추진도 원활하지 않자 국내 대기업들이 대규모 생산 체제 구축보다 수소 생태계 조성 가능성에 의문을 가지며 관망하는 분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믹스 전문가인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 소통지원센터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수소 경제 활성화가 지연되는 가장 큰 원인은 인프라 부족과 경제성 문제"라며 "정부가 강력한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수소차 보급이 늘어날 수 있겠지만 다른 에너지원과의 형평성 문제나 국가 재정 부담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과 세계 1등 수소 산업 육성을 목표로 정책 방향을 제시했지만 정치적 혼란 속에서 실행력을 잃었다"며 "수소를 포함한 에너지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 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조금을 확대하는 방식으로는 수소 경제를 활성화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현재 상황에서 수소 산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성과 인프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