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심 이어 19개 혐의 모두 무죄 선고
삼성 전·현직 임원 14명 전원 무죄 판결
재판부 "검찰 제출 증거, 증거능력 없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지 1년 만이다.
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 재판장 백강진은 이재용 회장의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삼성 임직원 14명 역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합병 이사회부터 주주총회까지 피고인들이 추진한 계획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의 통상적이고 적법한 대응 방안"이라며 "검찰의 항소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대해 "거짓 회계로 보기 어렵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보고서도 조작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시 의무와 관련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시 지배력을 상실할 위험성을 명확히 기재했어야 한다"면서도 "이를 은폐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유죄 입증을 위해 제출한 증거의 증거능력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압수한 에피스 서버 등의 자료에 대해 "탐색·선별 절차가 부족했고 실질적인 참여권 보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한 증거들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은 2015년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며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아왔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실질적인 권리로 보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애초부터 단독 지배가 아닌 공동 지배로 회계 처리했어야 한다며 이를 분식회계로 규정해 왔다. 또한 이 회장이 자본 잠식 문제를 회피하고 경영권 승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별다른 합리적 이유 없이 관계회사(공동 지배)로 회계 처리해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회계 변경의 목적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산정에서 이재용 회장 지분율이 높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비율을 도출하기 위한 즉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삼성은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루어진 조직 재편이었으며 경영권 승계 목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4년 말 삼성그룹은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2014년 말 삼성물산 주력사업인 건설 부문의 미청구 공사금은 6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았고 주가는 합병 이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다시 말해 삼성물산보다 제일모직이 높게 평가된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무려 46%나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합병에 성공해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거느리게 된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2016년 상반기까지 회계상 무려 3조원의 잠재 부실을 덜어냈다.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며 검찰은 이를 근거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또한 1심 무죄 판결 이후 2000건 이상의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며 유죄 입증을 시도했으나 판결을 뒤집지 못했다.
한편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1심과 동일하게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이날 선고 후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 회장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