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정책 옹호, 인턴 근무
CNN 등 레거시 미디어 저격수
공화당 충성파 패기 있는 활약

캐롤라인 리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 /연합뉴스
캐롤라인 리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 /연합뉴스

"미국인의 대중 매체에 대한 신뢰는 최저치다."

캐롤라인 리빗(28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 중 기자들 면전에서 이렇게 일갈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런 말을 들은 기자들은 리빗 대변인이 말을 배우거나 걸음마를 시작하기 전부터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질문을 던지던 베테랑 기자들이라고 NYT는 부연했다.

미국 역대 백악관 대변인 중 최연소를 기록한 리빗 대변인의 당찬 행보가 화제다. 리빗은 첫 브리핑에 백악관 대변인의 필수품처럼 여겨졌던 두꺼운 파일 바인더 없이 종이 몇 장만 들고 나타나 46분간 기자들과 격의 없이 문답을 가졌다.

3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1997년 8월생인 리빗 대변인은 일관되게 청년 보수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뉴햄프셔주 세인트 안셀름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재학 중 학교 신문에 게재한 칼럼에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을 옹호한 이력이 있다. 또한 주류 뉴스 매체에 속한 사람들을 비판했는데 이는 트럼프의 인식과 같았다.

대학생 리빗은 보수 성향 방송국인 폭스 뉴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평범한 일생을 보내던 중 2019년 1기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대변인실에서 인턴 근무 후 비서관으로 일하며 정치계에 입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백악관을 나온 리빗은 정치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2022년 중간선거 때 연방 하원의원(뉴햄프셔주)에 출마해 공화당 경선을 통과했다. 선거 운동은 보수적 가치, 감세, 총기 권리 등 공화당 이슈를 주제로 펼쳤다. 또한 “2020년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빼앗겼다”고 부정선거 의혹을 강하게 주장했지만 민주당 현역의원에게 패했다.

리빗은 한동안 정치권에서 잊히고 2024년 결혼했지만 트럼프가 대선에 나오자 옛 인연을 이어가 임신한 상태로 캠프에 합류했다. 그해 7월 트럼프 후보가 암살 시도를 당하자 아이를 낳은 뒤 3일째인 휴가 중임에도 다음 날 바로 캠프로 복귀하는 충성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리빗은 특히 ‘CNN과 싸운 대변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CNN이 지난해 6월 트럼프 후보와 조 바이든 대통령 간 1차 TV토론을 주관하게 되자 리빗은 카시 헌트 CNN 앵커와 인터뷰하면서 “트럼프 후보에게 선입견을 가진 CNN 앵커들 때문에 토론이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헌트 앵커는 “계속 동료들을 공격한다면 인터뷰를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고, 인터뷰는 어색하게 끝났다. 이 인터뷰가 SNS를 통해 재생산되며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회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리빗 대변인 /리빗 인스타그램
트럼프 대통령과 리빗 대변인 /리빗 인스타그램

미국에서도 한국의 MZ세대 담론과 같이 기성세대와 젊은이 간 차이가 이슈다. 정치 사회적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2030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졌다. 리빗은 대표적인 ‘충성파 영 마가(Young MAGA·젊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로 자리매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후 그를 임명하며 "캐롤라인 리빗은 나의 역사적인 선거운동에서 내신 대변인으로서 놀라운 일을 해냈다"며 "캐롤라인은 똑똑하고 강인하며, 고도로 유능한 소통 전문가라는 점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리빗이 미국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젊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대변인 취임 직후 변화된 뉴미디어 시대를 주도하는 참신성을 보였다.

리빗은 28일(현지시간) 자신의 첫 브리핑에서 "백악관은 (언론 자유를 보장한) 수정 헌법 제1조를 강력하게 믿고 있다"며 "우리는 이 브리핑실을 뉴스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뉴미디어와 이 방에서 기자석을 확보하지 못한 매체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독립 언론인들과 팟캐스트 운영자, SNS 인플루언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백악관 취재를 위해 출입증 발급을 신청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에게 백악관 출입 자격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첫 질문권을 온라인 매체 중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악시오스(Axios.com)와 브레이트바트(Breitbart.com)에 부여했다. 백악관 기자회견의 첫 질문을 AP통신 출입 기자가 하는 관행을 깬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데이비드 스미스 워싱턴지국장은 이날 브리핑 이후 "언변이 좋고 호전적이고 상사에 맹렬한 충성심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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