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에서 석유·가스 확대 공언
정제마진 반등 기대감 나오지만 
보호무역주의 관세 부과는 변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내 로툰다홀에서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미국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가장 많은 양의 석유와 가스를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발 밑에는 액체황금이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가스·석유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즐겨 써왔던 그의 대선 공약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이날 취임사에서 방점 찍은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 에너지 정책의 기준으로 불려온 만큼 원유 시추 사업 등 업스트림부터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다운스트림까지 전반적으로 활기가 돌 수 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정유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함께 나온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공약대로 석유를 증산하고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움츠러든 국제 교역이 점차 늘어나고 수요가 증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정제마진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선 트럼프 1기 때에도 집권 초반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정제마진이 개선된 전례가 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공급이 늘어나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원유를 낮은 가격으로 도입할 수 있고 운전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며 "또 낮아진 유가만큼 소비 저항성이 사라져서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마진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은 현재 5달러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일반적인 손익분기점이 4~5달러 선이다.

중국 경기 부양책 효과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정제마진 개선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이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공급 측면에서 동절기 정유 공장의 정기보수가 시작됐고, 수요 측면에선 난방유 사용이 늘어나는 것도 정제 마진 인상에 긍정적 요인이다. 

일각에선 시추 단계 국내 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도 들린다. 미국은 자국 내 시추를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최근 SK어스온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64㎞ 떨어진 15-2/17 광구(해저)에서 원유를 발견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물자와 자원의 이동이 축소되고 교역량 자체가 감소하면서 석유 수요가 재차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2018년 미중 무역분쟁 때에도 양국의 관세 부과로 정제마진이 좋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을 들고 나와 태양광과 전기차 기업이 수혜를 입은 것처럼 화석 연료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는 화석 연료 산업의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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