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고독사·반려인 동시 증가세
남겨진 반려동물 관련 관리 체계 미비
“동물 복지 전반에 대한 개선이 우선”

고독사가 늘어나면서 현장에서 방치되는 반려동물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고독사가 늘어나면서 현장에서 방치되는 반려동물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반려견이 홀로 남은 곳은 고독사 현장. 연계된 보호센터에서 남은 시간은 단 20일. 특수 청소부 A씨는 한 달 뒤에야 반려견을 키울 여력이 돼 보호센터를 찾았다. 강아지는 이미 안락사된 뒤였다. 고독사로 남겨진 반려동물의 남은 생은 잔혹했다.

고독사가 늘어나면서 현장에서 방치되는 반려동물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리면서 법적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고독사 발생 시 현장에서 반려동물이 발견되는 사례가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처리하거나 보호할 표준화된 지침은 부재한 상황이다. 남겨진 반려동물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19년 2949명에서 2023년 3661명으로 약 24% 증가했다. 발생 장소는 주택 1762명(48.1%), 아파트 798명(21.8%), 원룸·오피스텔 756명(20.7%) 순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같은 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5.5%인 782만9000가구로 주로 단독주택(40.1%), 아파트(34.9%)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가 주로 발생하는 장소와 1인 가구의 거처 분포가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1인 가구 고독사 사례가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인은 1262만명으로 2020년 대비 20만명이 감소했다. 이는 1인 가구 증가로 반려 가구 수는 늘어난 반면,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가 줄어든 데 따른 변화로 분석된다. 이를 통해 1인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비율이 증가한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고독사 이후 남겨지는 반려동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보호할 시스템은 부재하다. 현장에서 반려동물이 발견될 경우 유품정리업체·특수청소업체는 사체 처리나 생존 동물의 보호 방법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부분 동물보호센터와 지자체에 연계하지만 공식적인 절차나 매뉴얼은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 특수청소 유품 정리 전문업체 대표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고독사 현장에서 반려동물이 발견되면 동사무소나 동물 보호 단체에 연락해 인계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동사무소에서 협회 정보를 제공하거나 직접 연결해 주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맡기는 게 가장 일반적인 절차”라며 “다만 연결 이후 반려동물이 어떻게 보호되는지는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고독사 이후 남겨진 반려동물의 관리 체계는 현재 국가적 차원에서 명확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는 일부 임시 보호 체계가 존재하지만 지자체마다 운영 방식이 달라 표준화된 매뉴얼이 없다. 보호소와 같은 시설조차 수적으로 부족해 반려동물이 즉각적으로 안전하게 보호받기 어렵다. 고독사와 같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반려동물이 방치되지 않도록 일관된 보호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2023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약 11만3072마리의 유실·유기 동물이 보호소에 입소했으며 이 중 입양률은 24.2%에 불과했다. 보호센터도 부족한 상황에서 고독사 현장에 남은 반려동물 연계 후 보호는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고독사로 남겨진 반려동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동물복지 전반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김영환 대표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길고양이나 유기견, 학대받는 동물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독사와 관련된 문제는 동물복지의 더 큰 과제 중 하나일 뿐”이라며 “국가와 지자체의 동물보호 정책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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