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대비 부족 반려동물 장례 시설
대부분 사체 매장···불법 장묘업체 多

국내 반려동물 사체의 매립은 불법이지만 직접 매장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장묘업체는 규제가 안 돼 소비자‧환경 피해가 잇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국내 반려동물 사체의 매립은 불법이지만 직접 매장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장묘업체는 규제가 안 돼 소비자‧환경 피해가 잇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반려동물 사체 처리 방법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반려동물 사체의 매립은 불법이지만 직접 매장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장묘업체는 규제가 안 돼 소비자‧환경 피해가 잇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돼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법제처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체 처리 방법은 △동물병원에서 죽은 경우 의료폐기물로 처리 △규격 생활 쓰레기봉투로 배출 처리 △동물 장묘시설에서 처리 등이다. 동물장묘업 허가를 받은 시설에서 화장, 건조장, 수분해장으로 사체를 처리할 수 있다. 개인의 사유지를 포함해 허가받지 않은 동물의 사체를 땅에 매장(매립)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반려동물 사체 매장은 불법이지만 제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22년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 기르던 반려동물이 죽은 후 사체 처리 방법을 조사한 결과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 또는 투기'했다는 응답이 41.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반려동물 장묘시설(업체) 이용 30% △동물병원에 처리 위탁 19.9%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 5.7%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동물장례협회 e동물장례정보포털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허가받은 합법 장례업체는 전국 61곳이다. KB금융그룹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52만 가구, 1262만명이 반려동물을 양육한다. 동물장묘업체의 소재지는 반려동물의 소유자가 거주하는 주거지가 아닌 외곽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반려동물과 그에 따른 장례 서비스 수요에 비해 반려동물 장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감시 사각지대 파고든 불법 장례 업체 기승

이에 규제에서 벗어나 더 저렴한 가격에 보호자와 가까운 곳에서도 영업이 가능한 불법 업체가 기승이다. e동물장례정보포털에 따르면 합법 장례식장 기준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동물장묘업으로 허가받아 시설‧환경‧안전‧운영에 대한 주기적인 검사를 받는 장례식장 △동물장묘업 허가 사항(장례, 화장/건조/수분해, 봉안) 중 허가받은 항목에 대한 합법적 운영을 하는 장례식장이다.

불법 장례 업체의 종류에는 △이동식 차량 장례 업체 △동물장묘업으로 정식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운영을 하는 장례식장 △동물장묘업 허가 사항(장례, 화장/건조/수분해, 봉안) 중 허가받지 않은 사항에 대해 운영하는 장례식장 △불법 장례식장을 연결해 주는 장례 중개업체 등이 있다. 모든 장례 중개업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보호자 동의 없이 불법 장례식장을 연결해 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법 업체의 경우 채광, 환기, 온도, 습도 관리 및 청결 유지 가능한 시설이 완비돼 있지만 불법 장례업체는 주기적인 시설 검사를 받지 않아 위생과 안전이 검증되지 않는다. 문제 발생 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도 없다. 2022년 한국소비자원 '반려동물 장묘 서비스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동물장묘업체를 선택해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고지와 달리 과다한 장례비용이 청구되거나 사전 동의 없는 합동 화장, 유골 훼손 또는 바꿔치기 등의 소비자 피해 사례가 잇달았다.

지난 18일에는 신형국 진주시 의원이 시의회 임시회에서 공공 반려동물 화장장 건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체계적이고 위생적인 반려동물 사후 처리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환경과 위생 문제를 해결하고 동물 복지 인식을 제고할 수 있다"며 "전국 반려동물 장묘업체 중 경남에는 9곳이 있지만 진주에는 없다. 시가 시민 복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반려동물 화장장을 설치하면 사체 처리 관련 행정 수요를 해결하고 사회적 비용 절감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반려동물 장묘 서비스 이용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반려동물 장묘 관련 새로운 영업 형태인 동물 장례대행업체로부터의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등록된 동물장묘업체 외에는 동물 장묘시설을 이용해 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최재실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일반 화장시설을 건립할 때 반려동물 장묘시설도 함께 추진하는 것"이라며 "사람을 화장하는 화장로는 시설이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냄새, 유독가스 등을 차단하기 위해 많은 장비가 함께 설치되므로 가격도 6~8억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그런데 동물은 워낙 규모가 작아 소각로 개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반 화장시설과 반려동물 시설이 동일한 장소일 경우 시신을 화장하는데 동물을 화장한다고 오해받을 수 있고 유가족이 반감이 들 수 있으므로 구조물 등은 별도로 독립한 채 설치‧운영해야 할 것"이라며 "반려동물 화장장은 지역 주민에게 운영을 맡겨 소득 창출이 되도록 한다면 화장시설 유치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할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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