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활용도 높이는 방식으로
구조개혁·밸류업 마중물 역할
'리스크 경영' 인센티브로 지원
주가 목표에 함몰된 韓과 차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14년 9월 12일 동경에서 개최된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향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WAW! Tokyo 2014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14년 9월 12일 동경에서 개최된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향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WAW! Tokyo 2014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일본의 성공적인 아베노믹스와 대조를 이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3년간 윤 대통령이 추진한 건전 재정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며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증시 활성화를 목표로 한 밸류업(Value up, 가치 향상) 정책은 실물경제와의 연결고리가 약화돼 기업 활력을 불러온 일본의 노선과 대조를 이뤘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화살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무제한 양적완화로 표현되는 금융완화다. 이에 따른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 요인이 됐지만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엔 약으로 작용했다. 주가와 기업 수익을 끌어올리며 잃어버린 20년 탈출의 밑거름이 됐다.

지난해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총액은 4조2137억 달러로 미국 25.9%, 중국 16.8%, 독일 4.3%에 이어 전 세계 GDP의 4%를 차지했다. 엔저(低) 효과로 인해 1인당 GDP는 한국에 뒤졌지만 지난 2012년 4.3%였던 실업률은 지난해 2.5%까지 내려앉으며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가 됐다.

특히 수출 기업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닛케이평균도 급격히 치솟았다. 아베 총리 집권 당시인 2012년 말 1만 엔 선이었던 닛케이평균은 지난해 3월 4일 사상 처음으로 4만 엔을 넘어섰다. 여기엔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이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기업 밸류업을 위한 일본 재흥(再興) 전략은 투자 활성화와 경직적 노동시장을 해결하는 것에 방점이 맞춰졌다. 여성의 활약을 촉진하는 우머노믹스(Womenomics)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일본에서 가장 활용도 낮은 자원이 여성 인력"이라며 "여성의 고용과 승진을 늘리면 경제적, 더 나아가 인구학적 성장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경제수명 늘리기를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카드로 본 것이다. 그 결과 2020년까지 여성 노동 참여율을 68%에서 73%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달성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2023년 10월 기준 25~54세 일본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8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워킹맘 고용률에서도 일본은 단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의 지표를 분석한 결과 15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 고용률에서도 일본은 74.8%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영국(74.2%), 독일(73.8%)이 뒤를 이은 가운데 한국은 56.2%로 크게 뒤떨어졌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 역시 주주 이익만을 앞세우는 한국과는 달리 규제 완화와 투자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버블 붕괴 후 일본기업의 실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리스크를 지지 않는 보수적인 경영 때문이었다.

리스크 경영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위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 정책이 나왔다. 고용 시간을 유연화하고 성과 위주의 임금 체계를 도입해 여성 등의 고용 기회를 늘렸다. 임직원에 대한 성과 주식 보수를 권장하기 위해 2016년과 2017년 세법 개정으로 모든 주식 보수에 대해 ‘손금 산입’을 인정했다.

평균 5% 전후였던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23년 기준 약 9.22%로 상승했다. 한국 상장기업의 평균 ROE가 7.98%인 점을 비춰보면 동일한 자본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자본 효율성이 일본 기업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ROE는 회사가 투입한 자기자본에 대해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ROE가 높을수록 알짜 영업을 했다는 의미인데 일반적으로 대기업보다 비상장 또는 하청기업들의 평균 ROE가 높다"며 "이사회에 자본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역할을 부여한 '거버넌스 코드'가 성공적인 밸류업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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