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보호 수단 논의 몸 사리는 대한상의
이사의 주주 보호 의무 명문화 찬반 논쟁만
자본시장법 전문가 崔 대행에 쏠리는 시선
학계 "혁신 투자 위해 경영 안전장치 필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차관들과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차관들과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자본시장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밸류업 핵심 사안으로 꼽히는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혁신 투자를 지원할 정책적 논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는 증권 제도 과장과 금융정책과장 등을 지내며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기여한 핵심 인물이다.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증권법과 보험법, 은행법 등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한국은 기존의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종합금융 회사법 등을 하나의 법으로 통합한 자본시장법을 2008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자타공인 모피아 그룹의 '에이스'로 불리는 최 대행은 입법 당시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란 세간의 비판에 대해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 경쟁력 강화의 주춧돌’이라는 반박 기고문까지 내면서 중앙집권적 통제 방식의 제도 도입에 힘쓴 만큼 법안에 대한 애착도 크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발의한 상법 제328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개정안과 관련해 재계에선 상법의 기본 틀을 흔드는 것보다는 상장기업의 인수합병(M&A) 관련 핵심 규제를 다루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적합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 대행이 민주당의 상법안에 대해선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할 것이 유력해 보이지만 상장법인 합병 시 공정가액 산정과 외부 기관 평가·공시를 의무화하는 여당의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혁신 투자를 끌어낼 경영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 30일 경제 8단체와 참여연대가 '밸류업과 주주 보호의 주요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대한상공회의소의 토론회에서도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이어졌지만 경영권 보호 이슈는 뒷전으로 밀렸다. /김성하 기자
지난 30일 경제 8단체와 참여연대가 '밸류업과 주주 보호의 주요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대한상공회의소의 토론회에서도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이어졌지만 경영권 보호 이슈는 뒷전으로 밀렸다. /김성하 기자

지난 30일 경제 8단체와 참여연대가 '밸류업과 주주 보호의 주요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대한상공회의소의 토론회에서도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이어졌지만 경영권 보호 이슈는 뒷전으로 밀렸다. 최태원 회장의 관심 사안으로 연속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는 토론회에 참가한 한 패널은 본지에 "경영판단의원칙에 대해선 대한상의가 부담을 느껴 내용을 뺀 채로 토론에 임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 토론회도 찬반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천준범 기업 거버넌스 포럼 부회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은 지배구조의 투명성 부족"이라면서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에 주주 보호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용수 건국대 KU 글로컬 혁신대학 교수와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사, 주주, 이해관계자를 균형 있게 고려하도록 설계된 상법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튿날 예정된 법제사법위원회 상법 개정 공청회 일정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하면서 연기돼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는 장기적인 공방전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최 대행이 자본시장법 전문가인 만큼 기업 혁신 투자를 뒷받침할 안전장치 도입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와 학계에선 무엇보다 경영 판단 원칙의 절차법적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미국 판례에서는 원고가 예외적 사유를 소명하지 못하면 간이·신속한 절차로 소를 각하한다"며 "단순히 선언적 문구로 경영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히는 수준을 넘어 이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법적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 판단 원칙이 도입되면 사기, 이해 상충, 불법성(illegality), 비이성적 판단(irrationality)이 없는 한, 법원은 정보를 바탕으로 절차적으로 이루어진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는 이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관련해서 이사의 경영상 판단을 실체적으로 심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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