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완성도 낮더라도 밸류업 우선 공시 촉구
증권사, "자율 아니었나"vs"빈틈없이 준비 중"

금융당국이 밸류업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밸류업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 미참여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추가 압박에 나섰다. 이들을 대상으로 페널티 부여도 검토 중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상장 증권사의 기획 담당 임원들을 초청해 조찬 간담회를 열고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요청했다. 금융위는 "(밸류업) 미참여 기업에 대한 즉각적인 페널티 계획은 없지만, 참여가 부진할 경우 제재를 검토하겠다"며 "완성도가 낮더라도 밸류업 계획을 우선 공시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기업이 매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해 자율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각 금융사가 공시에서 밝힌 계획을 달성하지 못해도 따로 제재는 없다. 내용의 충실도 역시 기업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진정성 있는 공시가 이뤄져야 투자자들이 기업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밸류업 공시를 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NH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 6개사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은 금융지주 차원에서 공시에 동참했다. 반면 삼성증권과 대신증권 등은 아직 공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공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계획 수립부터 이행 평가까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밸류업 공시 기업들은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소통 등의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공시 기업이 스스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3년 이상의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와 그 피드백도 반영해야 한다.

공시는 연 1회가 기본이다. 2년 차부터는 전년도 계획과 이행 평가를 포함해야 한다. 계획이 변경되면 추가로 수시 공시를 해야 하며, 2024년 기준 자산 5000억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가 공시해야 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의 공시 여부와 투자자 소통 노력을 추가로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회의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의 단독 처리로 정부가 추진했던 세법개정 내용이 대부분 사라지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 동력은 약화한 상태다. 동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압박도 가해지자 밸류업 공시 미참여 증권사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밸류업이 회사의 판단에 따른 자율적인 공시가 아니었냐"며 금융당국의 패널티 부여 검토와 관련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공시 시점과 관련해 밸류업 주주들을 위한 내용을 담아야 하는데 (당국에서는) 완성도가 낮더라도 빠른 제출을 바라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준비를 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일정이 나오진 않은 거 같다"며 "밸류업과 관련해 다양한 부분에서 준비를 철저히 하기 위해 시간이 좀 소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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