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HK이노엔 등 국내 제약사, 글로벌 시장 진출 박차
신약 개발 촉진 속 약가 인하 정책, 기회와 장애 공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신약 허가 정책이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다수의 국내 기업이 허가 절차를 앞두고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FDA의 규제 완화는 신약 승인 건수 증가로 이어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FDA의 연평균 신약 승인 건수는 36건이었지만, 트럼프 정부가 집권한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연평균 55건으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FDA 규제가 완화될 경우 신약 개발 속도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미국 진출을 계획하는 국내 기업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FDA 승인을 받은 국산 의약품은 9종이다. 최근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의 병용요법으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10번째 FDA 신약 타이틀을 목표로 국내 기업들이 허가 획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빠르게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HLB다.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과 면역관문억제제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을 FDA에 재신청한 상태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최종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도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기존의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보다 효과가 빠르고 식사 여부에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어 FDA 허가 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비보존제약은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을 통해 FDA 허가 절차에 나섰다. 오피란제린은 암 통증 및 수술 후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FDA 승인 시 기존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의 중독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정부는 신약 개발 비용 절감과 혁신 의약품 개발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를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정부는 FDA 규제를 완화하며 혁신 신약 승인 사례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동시에 약가 인하 정책과 자국 우선주의 기조는 해외 기업들에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FDA의 규제 완화는 신약 개발을 준비 중인 국내 기업들에 긍정적인 신호"라며 "특히 혁신 신약 개발 업체들은 기술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신약 개발 과정에서 평균 15년과 25억 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은 여전히 큰 장벽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FDA 규제 완화로 이어질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FDA 승인이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들도 더 많은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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