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상륙 후 비만약 관심 급증
부작용 개선·제형 변화 등 차별화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종로약국에서 약사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종로약국에서 약사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적의 비만약’ 위고비 국내 상륙 후 비만 치료제에 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차별화된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각 사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비만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제형 변경, 부작용 개선 등을 통해 더 효과적이고 사용이 편리한 형태 개발에 나섰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 계열의 약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 위장관의 운동을 느리게 만들어 포도당 흡수를 늦추고 뇌에 작용해 식욕도 억제한다. 이런 효과 덕분에 당뇨병 치료와 체중 감량에 쓰인다.

함유된 성분은 똑같은데 허가 사항이 당뇨병 치료제와 체중 감량제로 서로 달라서 상품명이 따로 붙은 경우도 많다. 상품명으로는 '위고비'·'오젬픽', '마운자로'·'젭바운드', '삭센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성분명으로는 '세마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티르제파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등이다.

특히 덴마크의 글로벌 제약업체 노보 노디스크에서 개발·출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세마글루티드’ 기반의 치료제 위고비는 지난달 15일 국내 첫 출시와 동시에 품귀현상을 빚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한미약품의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의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 /한미약품 제공

국내 제약업계에선 위고비 등 글로벌 치료제와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21일 한미약품은 비만 신약 장기 지속형 GLP-1 주사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출시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2026년 하반기로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삼중 작용제 HM15275 등 혁신적인 약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외국 제약사들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위장관계 이상 반응이 주요 부작용으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체내에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Slow Absorption 방식’을 통해 위장관계 부작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와 차별점을 지닌다”고 했다.

화합물을 3D 모델링해 시각화한 예시 이미지 /대웅제약 제공
화합물을 3D 모델링해 시각화한 예시 이미지 /대웅제약 제공

대웅제약은 패치형 GLP-1 제제와 경구용 치료제를 통해 사용 편의성을 강조한 신약 개발에 나섰다. 지난 19일 대웅제약은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 신약 물질을 발굴하고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다고 밝혔다. GLP-1 작용제의 위장관계 이상 반응 우려와 다르게 GIP 작용제는 위장 운동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아 GLP-1 작용제와 병용했을 때 이상 반응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경구용 이중 작용제' 개발을 통해 기존 치료제들이 가진 한계점을 극복할 계획이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는 GLP-1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 GLP-1 및 GIP 작용제인 ‘터제파타이드’ 등 인크레틴 기반의 약제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들은 경구 복용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모두 주사제 형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물질의 혁신성과 더불어 제형·투여 기간의 변화, 치료제 효과 등으로 구분되고 있다”며 “제형 변화에 특히 주력하고 있다.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 즉 알약 형태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해 환자의 편의성뿐 아니라 복용 순응도, 만족도까지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희귀 비만증 치료제 LB54640의 임상 2상을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LG화학
LG화학은 희귀 비만증 치료제 LB54640의 임상 2상을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LG화학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을 통해 입지를 다지고 있는 기업도 있다. LG화학은 희귀 비만증 치료제 LB54640의 임상 2상을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희귀비만증은 비정상적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없는 심각한 희귀질환으로 현재 상용화된 희귀비만증 치료제는 주사제형이 유일하다. LG화학은 치료 옵션이 부족한 희귀비만증 시장에서 환자들에게 기존보다 더 나은 치료 해결책을 제공하기 위해 먹는 제형의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개발 속도를 위해 올해 초 희귀비만 신약 전문 개발사인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제약사는 치료제 개발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비만 치료제 시장이 대폭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GLP-1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체들은 오리지널로 접근하고 제네릭사들은 시장이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바로 뛰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두 가지 트랙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