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 중단 촉구
AI 진료 남용 고발···규제 강화 요구

잠잠하던 비대면 진료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주사형 비만치료제 '삭센다'의 비대면 처방이 급증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위고비 처방 증가에 이어 삭센다까지 비대면 진료에서 과잉 처방된 정황이 확인되며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삭센다’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점검 현황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로 삭센다를 처방한 건수는 지난해 12월 183건에서 올해 9월 3347건으로 18배가량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면진료 처방 건수는 1만2562건에서 1만4729건으로 1.1배 증가에 그쳤다.
삭센다의 비대면 진료 처방은 올해 1월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183건이던 비대면 처방 건수는 1월에 384건으로 109.8% 늘었다. 2월에는 769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2월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된 이후 매달 처방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7월에는 3908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대면 진료 처방은 같은 기간 동안 최대 14.2%의 증가율을 보이며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삭센다는 체중 관리 목적으로 사용될 때 임부 금기 1등급으로 지정됐다. 하루 최대 투여량은 3mg을 넘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기준에 따라 DUR 시스템에서 처방 관리를 하고 있지만, 심평원은 이번 자료가 DUR 점검 단계의 데이터일 뿐 실제 처방과 복용 여부는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전진숙 의원은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도입된 비대면 진료가 비필수·비급여 분야의 과잉 진료로 악용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삭센다와 같은 비만치료제의 과잉 처방 사례가 속출하면서 의료계에서는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8일 성명을 통해 “비대면 진료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보조적 수단으로만 운영돼야 하며, 현행 전면 허용 방침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이 확대된 이후 온라인 플랫폼과 인플루언서들의 광고가 환자들의 진료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같은 미용 관련 비급여 진료가 초진 단계부터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협은 최근 논란이 된 위고비에 대해 “당뇨약보다 고용량의 주사제로 담석, 탈모, 췌장염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또한 정부가 지난 3월 미용 관련 의약품의 처방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비판하고,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실태조사와 개선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데이터를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는 의협의 요구도 이어졌다. 의협은 "비대면으로 처방되는 의약품은 환자 상태를 면밀히 확인한 후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의료시장을 교란하는 온라인 플랫폼들에 대한 감시 체계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약사 업계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정재훈 약사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위고비 등 장기간 처방되는 약재는 대면 진료를 통해 환자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