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가동률 절반 미만에도 설립 강행, 논란
보건복지부 "법적 기준 충족 시 허가 불가피"
국회, 무분별 증설 막는 의료법 개정안 추진

58개 병상 규모로 개원한 '아이생각 성모병원' 내부 /안양시
58개 병상 규모로 개원한 '아이생각 성모병원' 내부 /안양시

안양시 내 소아청소년과 입원 환자가 전체 병상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 보건소와 보건복지부가 아동병원 설립을 강행해 병상 과잉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안양시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설립 부결 결과마저 무시된 데 따른 반발이 가열되고 있다.

25일 안양시의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안양시에 최근 설립된 아동병원은 지난 10월 28일 60병상 규모로 설립 허가를 받았다"며 "위원회는 2028년까지 1200병상이 추가 공급될 경우 병상 가동률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이 병원이 중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 없이 경증 환자 위주의 아동병원임을 확인해 설립을 부결했지만 보건소와 복지부가 설립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안양시 내 소아청소년과 병상은 이미 100병상 이상 존재하고 있다. 가동률은 5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안양권 병상 수급 관리 계획에 따라 1200병상이 이미 승인된 상태라 병상 가동률이 더욱 낮아질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위원회는 병원 설립을 부결했다.

그러나 안양시 보건소와 복지부는 설립을 강행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위원회는 병상이 과잉이라고 판단했지만 시·도지사는 법에 명시된 기준에 적합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라며 "병상이 과잉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거부할 수 없다. 법적 기준을 충족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의할 때 의료기관 개설위원회 심의 사항이 병상 수급계획에 적합한지 아닌지만 심의하는 건 아니다. 여러 가지를 심의해야 하는데 그중의 하나가 병상수가 적합한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보건소와 복지부는 안양시가 병상 수급 및 관리 계획을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실질적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위원회는 제3기 경기도 병상 수급 및 관리 계획 절차에 따라 심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구본상 안양시의료기관개설위원회 위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발표된 제3기 경기도 병상 수급 및 관리 계획에 따라 복지부는 올해 1월 해당 계획을 확정하고 공포했다"며 "이에 따라 시내 치매안심병원 250병상과 과천고대분원 500~600병상이 승인되는 등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보건소와 복지부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병상 낭비 상황을 지켜만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건소와 복지부가 병상 공급 과잉을 막고자 운영되고 있는 위원회의 목적을 전면 반박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회에서는 위원회 심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은 지난 8월 요양병원을 포함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새로 개설할 때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사전 심의와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위원회는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 무분별한 병상 증설을 막아야 한다"며 "전문가 집단의 판단을 무시한 설립 강행이 반복될 경우 정부의 병상 관리 정책마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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