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응급 환자 치료 갈수록 더 어려워져
"응급실 의료진들 심리적으로 붕괴 상태"
의정 갈등 '재계약'하는 내년 3월이 분수령

대한민국의 의정 갈등이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의료 대란이 계속되면서 중증 환자 및 응급 환자를 진료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아 응급 환자의 경우 특수성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응급실 문제 중에서도 소아 응급 환자의 경우 치료가 더욱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의 특수성과 소아청소년과의 붕괴, 응급의학과의 열악한 환경 등이 모두 겹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은 어떨까. 본지는 이날 서울대병원 소아응급실을 찾아갔다. 응급실은 한 여자아이를 제외하고는 환자가 없어 조용했다. 김도균 서울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재 응급실에 찾아오는 사람 자체는 정부가 억제하면서 줄어들었다. 아직 독감이 퍼지지 않아 한숨 돌릴 수 있는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보고 응급실의 상황이 완전히 나아졌다고 볼 수는 없었다. 김 교수는 "현재 의료진들이 심리적으로는 붕괴 상태에 놓여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응급실에서 응급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없다면서 다른 곳으로 전원시키는 일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배후 진료과 의료진의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 문제는 특히 더 심각하다. 김 교수는 "소아 응급 환자가 온다고 가정했을 때 들어오는 환자 중 70% 정도는 소아 전담 전문의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상태가 안 좋아 수술과 중환자실이 필요한 사람들의 경우 수술을 맡아서 해줄 배후 진료과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며 "특히 소아는 그런 배후 진료 인력이 너무너무 줄어든 상태다"라고 말했다.

의사들의 태도와 분위기 역시 많이 바뀌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사실 서울대병원같이 어린이병원이 따로 있어서 의사의 능력과 역량을 소아 환자한테 집중해서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성인과 소아를 같이 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성인과 소아를 같이 진료하는 의사들이 점점 소아 치료에 부담을 느끼는 데 있다. 김 교수는 "최근에 소아 전공도 아닌 상태에서 수술 등을 진행하는 것에 의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점점 더 응급실 뺑뺑이가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의정 갈등이 터지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소아 응급 환자 처치에 어려움이 생긴 데에는 소아의 특수성도 영향을 미쳤다. 응급 환자 중에서도 소아 환자는 전통적으로 소아청소년과에서 맡아왔는데 해당 과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소아 응급 환자는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양쪽에서 다루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의료진들이 병원과 재계약하는 내년 3월을 기점으로 의료 대란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내년 3월에 많은 사람이 재계약을 할 텐데 이때 계약을 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아예 활동을 쉬시는 분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의정 갈등은 윤석열 정부가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의료계는 지난 2월 20일 전공의들의 사직을 통해 정부에 항의했다. '기피과' 문제 해결 없이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기피과는 의사들이 업무 강도가 높고 수익성이 낮으며 법적 책임과 위험이 큰 이유로 지원을 꺼리는 진료 과목이다. 의료계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숫자에만 집중하는 접근이 의료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기피과 문제를 포함한 구조적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에 필수의료 서비스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