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철의 아리아 속 명작스토리]
강렬한 색채의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
격정의 바이올린 기법을 사용한 파가니니
'경계 깨고 관습에 저항한 예술가' 공통점
19세기 예술가 중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와 이탈리아 바이올린 거장 니콜로 파가니니만큼 충격적인 인물은 또 없습니다. 한 사람은 붓을 휘두르고 다른 한 사람은 바이올린을 휘젓지만, 두 사람 모두 경계를 깨고 관습에 저항했지요. 낭만주의의 이상을 구현하려는 의지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들라크루아는 1831년 파가니니의 연주를 처음 보고 매료되었습니다. 이 연주자는 화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는 놀라운 바이올리니스트를 캔버스에 담았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파가니니의 초상화는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가를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이 되었지요. 이는 파가니니를 영원히 기억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개성, 감정적 강렬함, 그리고 기교를 숭상한 당시의 정서를 증명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들라크루아가 그린 파가니니의 초상화는 음악가의 놀라운 아우라에 대한 탐구이기도 합니다. 깡마른 몸, 약간 구부정한 자세, 집중된 표정을 지닌 파가니니는 자신의 음악에 녹아드는 상태를 보여주지요. 화가는 움직이는 순간의 감각, 즉 예술에 사로잡힌 사람의 감각을 붓터치하고 있군요. 음소거 된 듯이 배경은 어둡고 모든 초점이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집중되어 파가니니와 그의 음악만이 존재함을 보이고 싶었나 봅니다.

이러한 초상화 스타일은 들라크루아의 전형이었는데, 그림 그리는 대상의 겉모습뿐 아니라 내면, 열정 등도 묘사하고자 했거든요. 들라크루아는 파가니니에게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기술의 경계를 넓히려는 예술가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화가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영적인 존재감을 포착하고 이를 반영했지요.
19세기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니콜로 파가니니의 명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그의 연주는 청중에게 경외감을 넘어 두려움을 주기도 했답니다. 바이올린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묘기를 선보이는 그의 능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그가 기교를 얻기 위해 파우스트적 악마 계약을 맺었다고 믿기도 했거든요. 그의 대표작인 '카프리스 24번 A단조'는 극도의 어려움과 감정적 깊이로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로 남았습니다.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 데이비드 가렛 연주
이 작품은 파가니니의 특별함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카프리스 24번'은 빠른 음계, 현을 가로지르는 넓은 도약, 복잡한 보잉 기법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강렬한 감정과 드라마도 있지요. 이 또한 낭만주의 정신의 특징이거든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는 일종의 스토리텔링이기도 합니다. 파가니니의 음표는 웅장한 역사적 또는 신화적 장면을 묘사하면서 강렬한 감정으로 가득 채운 들라크루아의 색채와 잘 통하는 격정의 서사를 지녔습니다.
들라크루아와 파가니니는 열정과 예술의 진실을 추구하는 낭만주의 이상을 구현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매체의 한계를 초월하려 애썼지요. 들라크루아는 강렬한 색채와 역동적인 구성을 사용했고, 파가니니는 단순한 기법을 초월한 격정의 바이올린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예술을 통해 관객이 더 깊이 느끼고, 숭고함과 마주하며, 인간 감정의 모든 것을 포용하도록 그들의 예술혼을 불살랐습니다. 이러한 예술세계 속에서 들라크루아와 파가니니는 시대를 초월한 인물로 남아 있습니다. 그들은 감정, 개성, 창의적인 천재성이 무엇보다도 존경받던 시대의 상징이라 할 수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