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 페스타 2024
학습된 AI 휴먼이 안내해
“귀찮게 GPT 안 켜도 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시장에 들어가니 인공지능(AI) 부스가 바로 눈에 보인다. 통로엔 안내 로봇이 웃음을 띤 채 지나가고 있다.
11일 '디지털 혁신 페스타 2024'는 대기업, 유망 벤처, 공공기관 등 350여개사의 AI·클라우드·보안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전시장은 3층 C&E홀의 'DINNO Innovation존'과 2층 The Platz홀의 ‘DINNO Next존'으로 나뉜다. 3층에선 400여개 부스에서 AI·클라우드·디지털 헬스케어·보안 등 첨단 디지털 신제품 및 신기술을 선보여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 시대의 도래에 따른 'AI 혁신 ZONE'과 'AI 융합 ZONE'은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만날 수 있었다. 관람객이 직접 기술을 체험하며 일상과 비즈니스에 AI 기술을 적용할 방법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이상 AI 기술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편리한 방식으로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체감케 했다.
한국기술교육대 부스에서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치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 휴먼'이었다. 전시의 기술을 AI 휴먼이 안내하도록 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예은 홍보팀 직원은 "AI 휴먼은 실제 교수와 학생을 촬영한 후 AI 기술을 통해 학습시켜 만든 안내용 및 교육 강좌용 도구다. 스크립트를 입력하면 자연스럽게 내용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한글과컴퓨터는 문서 작성의 효율성을 높이는 AI 어시스턴트를 소개했다. 이현규 전략 비즈니스팀 매니저는 "한컴 AI 어시스턴트는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을 접목해 사용자가 문서 작성을 원활하게 하도록 돕는다. 한글에 특화된 기능이 강점이나 민간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워드와 파워포인트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에게 특히 유용할 것 같다'는 물음에 "맞다. 작년에 했던 행사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이 엄청 많았다. 경기도청에선 보도자료 초안 작성을 위해 테스트 중이다"며 "기자가 문서 작업을 할 때 AI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면 화면 전환 없이도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이때 한 관람객 A씨가 '정확도'에 대해 날카롭게 묻자 "AI 어시스턴트는 명확한 명령에는 정확히 반응하지만 모호한 지시에는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보완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시 가이드를 제작 중이다"라고 답변했다.

GPT의 치명적 단점인 '잘못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차단하는 신기술도 소개됐다. 시연에서 스타트업 '포티투마루(42MARU)'의 검색증강생성 기술 'RAG42'는 AI가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도 갖췄다. 정선재 매니저는 "무조건적인 답변을 생성하지 않고 정답의 바운더리를 설정해 특정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하게끔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며 "모든 정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필요한 정보만을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죠"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체 제작 LLM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타 기업에서 개발한 LLM과의 협력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AI가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추출할 수 있는 다중 LLM 구조를 적용하여 다양한 데이터 출처에서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관계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더존비즈온'의 AI 기반 업무 효율 플랫폼 '아마란스(Amaranth)10'이다. AI로 ERP·인사 업무·예산 관리·그룹웨어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직원이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더존비즈온 직원은 모니터를 통해 실제 업무 활용을 시연했다. 그는 "사용자가 입력한 요청에 따라 AI가 자동으로 정보를 정확히 처리하고 결과를 제공한다"면서 플랫폼에 '당뇨병 환자를 위한 식단 구성'을 입력했다. AI는 영양소 요구량을 분석하고 칼로리를 포함한 한 달 치 식단을 단 몇 초 만에 만들어냈다.
이어 채용 관리 기능을 실행하며 "채용 공고와 관련된 파일을 첨부하면 AI가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분석해 업무 적합성과 서류 충실도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AI는 지원자의 경력과 공고의 요구 사항을 비교해 유사한 후보자를 자동으로 찾아냈다. 각 지원자에 대한 맞춤형 면접 질문도 생성했다. 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가 GPT 등 AI로 작성된 것인지까지 분석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우정사업본부는 AI를 활용한 '디지털 무인 우체국 체험'뿐 아니라 드론과 로봇이 협력하는 '우체국 드론'도 선보였다. 우체국 관계자는 관람객들에게 "드론이 물품을 배송한 후 로봇이 이를 인계 받아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로봇은 실내외에서 자유롭게 주행할 수 있다"며 "최대 7kg까지 적재할 수 있는 드론으로 특정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의 배송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계단은 어떻게 오르내리냐'는 질문엔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으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어렵다"며 "엘리베이터 내부에서 통신 모뎀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하여 상태와 위치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학생 진로 설계를 위한 AI 서비스 '투비유니콘', AI 반도체 '서버 팜(Server Farm)'으로 800여개 기업에 AI 기술 사용 환경을 무상으로 제공한 '광주 AI 데이터 센터' 등 다양한 AI 혁신·융합 기술이 시연됐다. 일반인·업계 관계자·학생 모두에게 실질적인 AI 기술 활용 방법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오후 4시 30분까지 입장 가능)까지 운영되며 일부 컨퍼런스를 제외한 전시회 입장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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