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신용유의자·회생신청자 증가
쉬운 비대면 대출·금융교육 미비

청년층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취업난과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청년층의 채무자 수가 급증하는 등 사회에 발을 내딛기도 전에 경제적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대 신용유의자 및 회생신청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20대 연체자의 10명 중 9명은 소액 채무자로 생활비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쉬운 대출과 금융 교육 부족이 채무 문제를 악화시킨다며 정부와 금융기관의 책임 있는 대처와 금융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9일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업권별 신용유의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5887명이다. 2021년 말 대비 25.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유의자 증가율(8%)과 비교하면 약 3배다.
20대 연체자의 약 90%는 소액 채무자다. 신용평가회사(CB)에 단기연체 정보가 등록된 20대는 지난 7월 말 기준 7만3379명(카드대금 연체 제외)이다. 연체 금액이 1천만원 이하인 경우가 6만4624명(88.1%)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서울회생법원이 발표한 '2023년 개인회생·파산사건 통계조사'에서도 지난해 만 29세 이하 청년의 개인회생 신청은 3278건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개인회생 신청은 31% 늘었다. 20대 회생신청자 비율도 지난 2021년 상반기 10.3%에서 지난해 하반기 17%로 증가세를 보였다.

청년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지출 항목은 주거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20~30대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30세대 주거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1547명의 응답자 중 약 40%가 주거비를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 항목으로 꼽았다.
김영수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의 청년동행센터 팀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청년층의 신용불량 문제에 대해 언론에서는 코인 투자 등으로 인한 채무 증가가 주로 언급되나 실제로는 생활비 부족으로 인한 부채가 더 큰 문제다"며 "특히 개인회생 신청자들의 대부분이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해 채무를 지게 된 경우가 많다. 평균 학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가정 형편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는 청년들의 금융 지식 부족이다. 금융 교육의 의무화가 필요하다. 청년 중 금융 교육을 받은 비율이 5%도 되지 않는다. 금융 교육을 받지 못한 청년들은 소액 대출을 쉽게 빌릴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대출이 반복되면서 신용 점수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청년들은 대출을 받을 때 접근이 쉬운 대출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채무 문제를 악화시킨다. 대출 절차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이 신중하게 대출을 고려하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공계열 학과 졸업 후 긴 취업 준비 기간을 가졌던 1인 가구 청년 서성원 씨(남·35세)는 여성경제신문에 "작년 말 모 기업에 어렵게 취업했다. 취업 준비생 시절 생활비 부담이 상당했다. 월세, 통신비, 교통비만 해도 50만원이 훌쩍 넘었다. 반지하 방에 살았지만 월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며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으로 취업 준비 초반 생활비를 충당했다. 취업난이 길어지며 상황은 점점 어려워졌다. 모아둔 돈이 다 떨어질 때쯤에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알바하면서 생활비를 벌지 아니면 돈을 빌려 취업 준비에 몰두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월세지원으로 월 20만원씩 6개월, 청년수당으로 50만원씩 6개월을 지원받았다. 생계를 유지하기엔 부족했다.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었다. 결국 부모님께 돈을 빌렸다. 그나마 부모님 덕분에 안정적으로 취업 준비에 몰두할 수 있었다. 지금은 부모님께 빌린 돈도 갚고 학자금 대출도 상환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서씨는 "청년 지원이 없었으면 더 힘들었겠지만 현실적인 생활비 부담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출에 의존하는 등 취업 준비가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저와 같은 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