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해미백일장 김순연 님 출품작

어느 날 어머니의 모습 /김순연
어느 날 어머니의 모습 /김순연

친정엄마 연세가 88세 되던 해에 혹시나 몰라서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2년 후에 엄마는 장기 요양 5등급에 해당하였습니다. 가족 요양을 시작했습니다. 경로당에서 총무를 10년이나 하고 그렇게 도도하고 눈치도 있고 돈도 적절하게 잘 쓰시던 엄마가 치매가 왔습니다.

치매 증상을 늦추기 위해 약을 먹으며 글씨 공부도 하고 숫자도 세고 돈도 세고 고스톱도 쳤습니다. 그렇게 했지만 상태가 안 좋아졌습니다. 4등급이 나왔습니다. 걸핏하면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고 욕하고 비틀거리며 걸음도 잘 못 걸으시고 가스 불도 켜놓고 그냥 돌아서면 잊어버리십니다.

기억이 전보다 더 없고 환청이 들리는지 우리가 모르는 내용을 어제 누가 말한 것처럼 하시고 밥을 드셔놓고 밥 안 준다고 화를 냅니다. 아까 드셨다고 하면 거짓말한다고 또 화를 버럭 냅니다. 우리가 알던 엄마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우리 엄마를 조종합니다. 치매는 악마입니다. 기분이 왔다 갔다 합니다. 미친년 널 뛰듯 합니다.

조금 전에 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했던 말을 계속 도돌이표로 해야 합니다. 엄마는 말씀하시길 나이가 많아서 빨리 죽어야 한답니다. 그래서 드시지 않는답니다. 무슨 낙으로 사냐고요. 하루 종일 한숨뿐입니다.

분위기는 다운입니다. 가족들은 모두 짜증 나고 화내고 부정적이고 불안하고 우울해졌습니다. 주간보호센터에 모시고 갔습니다. 하루 계시더니 그다음 날 안 간답니다. 아무 재미도 없다고요. 엄마가 주간보호센터에 가시면 제가 안심되어서 볼일을 좀 볼 텐데요. 거기도 안 가신답니다. 자는 잠에 죽으면 될 텐데 왜 깨어나냐고 한숨 쉬십니다. 살아있는 저는 무엇일까요? 생각이 좀 바뀌면 좋을 텐데···.

9월 초 어느 날 엄마는 정신이 오락가락하셔서 겁이 나서 요양병원으로 모셨습니다. 콧줄로 식사한다고 합니다. 엄마 옷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저 옷을 입을 수나 있으실지. 빨리 나아서 퇴원하시면 좋겠습니다. 같이 맛있는 집을 찾아다니고 멋진 풍경 보러 다니고 아는 사람도 만나서 까르르 웃으며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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