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표 경기 침체로 과도 해석

코스피가 미국 경기 침체 공포를 반영하면서 2거래일 연속 2% 넘게 하락 출발하며 2600선이 붕괴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미국 경기 침체 공포를 반영하면서 2거래일 연속 2% 넘게 하락 출발하며 2600선이 붕괴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공포가 확산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주 '검은 금요일'에 이어 '검은 월요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우려가 과도하다며 투매에 동참하기보다 보유 또는 분할 매수를 권고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2.26포인트(4.57%) 하락한 2553.93이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4.89포인트(2.24%) 내린 2611.30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가 장중 2600선을 밑돈 건 지난 4월 19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36.50포인트(4.68%) 하락한 742.83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특정 지표를 경기 침체 우려로 과도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매크로(거시경제) 변수가 불확실할 때 봐야 할 것은 수출 지표와 기업들의 실적 방향성"이라며 "수출은 10개월 연속 성장을 이어오고 있으며, 수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9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1조3000억원, 마이너스(-) 6조3000억원에서 올해 17조원, 8조3000억원으로 개선됐다.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28조3000억원, 15조6000억원이다. 신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 수준까지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보유 혹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반등 구간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AI 반도체주가) 추가 조정 압력에는 노출되겠으나 침체 내러티브가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시점에서는 투매에 동참하는 것은 실익이 적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미국 실업률이 4.3%를 기록해 침체 판단 지표로 알려진 '삼의 법칙'(미국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치가 앞선 12개월 중 기록했던 최저치보다 0.50%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이라는 클라우디아 삼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한 법칙)을 충족시켰으나, 경제활동 참여율 상승 등 고용시장 구조적 변화와 낮은 수준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양호한 수준의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을 고려하면 경기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았다는 분석.

한 연구원은 "고용시장 냉각으로 인한 미국 침체 진입 불안은 과도한 감이 있으며 최근의 주가 급락도 합리적인 매도보다는 투매에 가깝다"며 잭슨홀 회의와 엔비디아 실적 발표까지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짚으면서도 반도체와 조선 등 이익 모멘텀이 양호한 업종 중심으로 분할매수 전략을 권고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 이하로 밑도는 저평가 구간으로 진입했으며, 2600∼2620선에서 지지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유지하되 단 이틀 만에 글로벌 금융시장을 장악한 경기침체 공포심리는 역으로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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