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이름도 생소한 요아정, 크루키, 아망추 등
탕후루를 밀어내고 디저트의 대세로 등극
그중 최강 ‘두바이 초콜릿’의 매력은 무엇?
아망추. 요아정. 크루키···. 정녕 이것은 외계어일까? 10대 조카가 요즘 즐겨 먹는 디저트라는데 나로서는 당최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래! 아망추 말고 '아샷추' 정도는 나도 안다.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를 추가해서 마시는 음료라는 걸.
거기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이젠 온갖 기기묘묘한 이름의 디저트까지 등장했나 보다. 꽁꽁 얼린 차가운 망고를 퐁당 빠뜨린 아이스티는 보나 마나 달콤·시원하겠지? 괜스레 그 이름마저도 사랑스러워진다.
위에 언급한 것들 외에도 생소한 이름을 단 디저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10대는 물론이오. 20.30대의 폭발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니, 나로서는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내 것은 내가 만들어, 요아정 도전!
소위 '커스터마이즈(Customize)'는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 주문한다는 의미가 있다. 나도 그림 작업을 할 때 내 스타일로 만든 브러시나 캔버스로 커스터마이징을 곧잘 하곤 한다. 그러니까 먹거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언제부턴가 배달앱을 켜면 무조건 첫 화면에 등장하는 게 있다. 얼핏 보면 아이스크림? 혹시 빙수? 하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 바로 '요아정'이다. 풀어서 쓰자면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의 정석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커스터마이즈 디저트다.
하지만 주문부터 여간 까다롭지 않다. 베이스가 되는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을 선택하면-사실 이것도 간단하진 않다-다음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즉! 커스터마이징이다. 이쯤에서 내 나이 또래의 세대는 살짝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각양각색의 토핑을 조합해야 하는 순서인 것이다.
블루베리, 그래놀라, 큐브 치즈, 망고·바나나 등등 그 종류는 차고도 넘친다. 선택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주워들은 얘기로는 벌꿀집 토핑이 최고라고들 한다.
어쨌든 자기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들에겐 딱 들어맞는 재밌는 디저트다. 주인장 추천이랄지 오늘의 메뉴 혹은 세트 메뉴에 익숙한 나는 이쯤에서 요아정 맛보기를 슬그머니 포기한다.
크루키와 요아정을 위협(?)하는 럭셔리의 끝판왕

친구가 보내온 사진 속 초콜릿은 금빛으로 반짝이는 그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요즘 대세인 요아정과 크루아상에 쿠키를 더한 디저트인 크루키를 몰아낸 주범(?)이니 그럴 만도 하다. 우스갯말로 '초콜릿계의 만수르'라 불린다는 두바이 초콜릿이다. 이것도 역시 20.30대가 열광하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은 중동 지역의 음식으로 '카다이프'라고 하는 소면이 들어있는 게 특징이다. 거기에 연두 색감의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넣어 만든 디저트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사는 유명 인플루언서인 '마리아 베하라'가 틱톡에 이걸 먹는 영상을 올리면서 화제를 불러오기 시작했다. 영상은 순식간에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지나 마침내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그것은 SNS라는 수단을 통해 초고속으로 전해졌다. 이름하여 럭셔리의 끝판왕인 '두바이 초콜릿'의 탄생이다.
초콜릿이 초콜릿이지 얼마나 특별한 맛이 있겠냐던 내 생각도 밀려드는 호기심을 이겨내진 못했다. 마침, 집 근처 쇼핑몰에서는 팝업매장이 열리고 있다. 장맛비가 무섭게 내리던 평일 오후에 집을 나섰다.
평일이고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제아무리 인기 절정의 초콜릿이라지만 내가 살 몫은 있겠거니 싶었다. 결론은 패착이었다.
두바이를 맛보는 건 쉽지 않아

한정 기간 임시로 여는 팝업매장임에도 구매 대기 줄은 물론이오 대기를 위한 번호표를 받는 줄까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우스운 건 그 줄조차 순식간에 마감이 되어 버렸다. 어디에 있다 몰려드는 건지 팝업매장은 사람들로 이미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이 정도로 인기인 걸까?
꽤 비싼 가격임에도 이토록 사랑받는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낯선 나라의 흔치 않은 재료로 만든 것에 대한 호기심도 있을 것이고 일명 '초콜릿 플렉스'로 현실을 즐기는 그들만의 방식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래도 못내 아쉬워 두 타임을 기다려봤지만 끝내 내 차례는 오지 않았다. 비 오는 평일 오후가 이럴진대 주말은 어떨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다. 꿩 대신 닭이라고나 할까? 거의 비슷한 초콜릿을 편의점에서 판매한다는 소식이다. 아쉬운 건 그마저도 공급이 여의찮아 품절 대란이란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한 개를 구입했다.
촌스러운 내 입맛에는 그 초콜릿이 이 초콜릿이고 거기서 거기 같은 게 맛 구분이 어려웠다. 힘들여 수입하고 제조하고 또 구입한 사람들이 들으면 돌 맞을 소리인가? 후후후.
안개처럼 사라진 탕후루
작년 이맘때만 해도 디저트 계를 휘어잡은 건 탕후루였다. 너도나도 긴 꼬치에 매달린 영롱한 그것을 먹기에 바빴었다. 보기에도 어여쁘고 윤기 나던 그건 어느새 자취를 감추는 중이다. 마치 조용히 사라지는 안개처럼! 이제는 그 자리를 이름도 재밌는 '요아정, 크루키, 아망추, 두바이초콜릿'이 차지했다.
신개념 디저트에 대한 재밌는 경험담도 줄을 잇고 있다. 아이스티에 냉동 망고를 넣은 아망추는 변비에 즉효가 있어서 뱃살 관리에는 최적이라고 하는가 하면,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이 만들어내는 요아정은 더 재밌는 얘기가 있다.
가수 아이유는 이걸 두고 '요정 아이유'를 일컫는 말이냐고 했다가 팬들로부터 애정 어린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그러게, 아이유도 모르는 걸 내가 알 리는 없다.
2024년 대세 디저트인 위의 것들을 그리고 있자니 담백하고 푸근한 디저트인 찐 옥수수가 생각나는 건 나이 때문일까?
관련기사
- [홍미옥 더봄] 2030 세대의 회식은? 먹고 뽑고 찍는 3종 세트
- [홍미옥 더봄] 선재 업고 대본집 들어? 상추 핀은 또 왜?
- [홍미옥 더봄]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설국의 맛, 헤기소바
- [홍미옥 더봄] 비비 노래 덕에 다디달고 다디단 '밤양갱'의 화려한 부활
- [홍미옥 더봄] 카리나도 즐겨 입는 뜨개 스웨터···뜨개 열풍도 덩달아 후끈
- [홍미옥 더봄] 이동진을 울게 만들지도 몰라, 츄! 사랑의 하츄핑 열풍
- [홍미옥 더봄] 태어나지 말아야 했을 패션 아이템이라더니···거리를 휩쓰는 못난이 신발
- [홍미옥 더봄] '눈밭에서 포도알을 찾아라!'···잔나비 콘서트에서
- [홍미옥 더봄] 로제의 '아파트'에는 빨간 양말이 춤을 추고
- [홍미옥 더봄] M.S.G.R! 신조어의 끝판왕인 이것은 무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