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즉석 사진과 인형 뽑기로 완성되는
20.30대 직장인의 요즘 회식 문화가
신선한 패러다임으로 떠오른다는데···

최근 한 예능프로에서 가수 하하·별 부부가 털어놓은 이야기가 화제다. 다름 아닌 '인형 뽑기'에 대한 에피소드였다.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갈 때마다 20여만원을 쏟아붓곤 한다는 것이었다. 방송이니까 아니 연예인이니까 웃고 넘기지만 만약 일반인이 그런 고약한 취미를 가진다면 자칫 신문의 사건 사고 면을 장식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즉석 사진과 인형 뽑기로 완성되는 20·30대 직장인 회식 문화 /그림=홍미옥, 갤럭시노트20울트라
즉석 사진과 인형 뽑기로 완성되는 20·30대 직장인 회식 문화 /그림=홍미옥, 갤럭시노트20울트라

이제는 마시고 뽑고 찍고?

최근 들어 우리 집에 하나둘씩 늘어나는 게 있다. 그것은 헬로키티·짱구·흰둥이 등등 무척 낯익은 캐릭터의 모습을 한 인형들이다. 20대 직장인 아들은 회식이 있을 때마다 어울리지 않게 인형을 하나씩 안고 귀가한다.

처음엔 어디서 선물을 받았나? 하고 생각했다. 한참 전에 유행하던 대형 곰돌이 인형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친구의 생일 기념 선물로 집채만 한(?) 인형을 주고받는 게 유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결국 크기가 너무 커서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로 인기가 시들해지기는 했다. 

어쨌든, 거의 십여 년 만에 인형이 우리 집에 들어온 것이다. 인형 가족이 하나둘씩 늘어가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인즉슨! 요즘 2030 직장인들은 회식 뒤풀이로 인형 뽑기를 한다는 것이다. 정말?

내가 알고 있던 회식이란 그저 부어라 마셔라, 그리고 거의 만취 상태에서의 귀가로 인해 다음 날 출근이 걱정되는 그런 거였다. 그런데 요즘은 아니란다. 가볍게 한 잔 마시고 인형 뽑기를 하거나 신나는 게임 두어 판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다음 순서는 더 개성 있다. 번화가에 한 집 건너 있다는 즉석 사진점에서 재미있는 인증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한다고 한다. 격세지감이라 했던가?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나이를 불문하고 끝까지 마셔야 했던 회식은 그야말로 '꼰대들의 추억'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나도 한번? 쉽지 않다

인형뽑기점에서 최고의 인기인 인형들 /사진=홍미옥
인형뽑기점에서 최고의 인기인 인형들 /사진=홍미옥

주말 아침, 젊은이들이 모이는 강남 먹자거리로 갔다. 나의 목표는 하나다. 나도 한번 인형을 뽑아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살짝 망설여지기도 했던 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누구는 인형 뽑기에 열중하다 못해 가진 돈을 탕진했다 하고, 또 아무개 씨는 당최 뽑히지 않는 인형 기계에 분풀이해 기물파손죄로 입건됐다는 둥, 다소 불쾌한 인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길거리에 방치되다시피 놓인 녹슬고 지저분한 뽑기 기계를 생각하고 있던 내게 이곳의 분위기는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깨끗하고 밝은 매장엔 20대 청춘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간혹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도 눈에 띈다.

경쾌한 음악과 탁 트인 실내는 눈을 휘둥그레하게 하는 각종 인형과 굿즈로 가득했다. 나의 최애 캐릭터인 짱구네 가족과 귀엽다 못해 깨물어주고 싶은 산리오의 헬로키티 같은 인형들도 있다. 그중 최고 인기는 요즘 상종가인 친화력의 아이콘 '카피바라' 인형이다.

자~~그러면 시작해 볼까?

동전을 넣고 나름 기술(?)을 부려가며 조이스틱을 신중하게 움직인다. 이제는 하강 버튼을 클릭! 물론 꽝이다. 첫술에 배부를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두 번째에 성공하란 법도 없다. 이쯤에서 깨끗하게 포기한다. 커다란 유리 상자 속의 헬로키티가 날 바라보는 게 아쉽긴 했다.

2030 회식의 끝은 즉석 사진

AI 기술로 여러 이미지로 변환시켜 주는 즉석 사진이 인기다. /사진=홍미옥
AI 기술로 여러 이미지로 변환시켜 주는 즉석 사진이 인기다. /사진=홍미옥

이번엔 2030 회식 3종 세트 중 하나인 즉석 사진을 찍으러 가 본다. 흔히 인생※※으로 알려진 길거리 작은 사진관은 무려 한 집 건너 한 집이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많다. 그중에는 최근 유행인 AI 기술이 사진 이미지를 웹툰 스타일로 바꿔준다는 곳도 있다. 매장은 이게 사진관인지 카페인지 헷갈릴 정도로 쾌적하고 예쁘다.

몇 번의 클릭을 하고 나니, 이윽고 내가 나를 못 알아볼 정도로 변형된 사진이 손에 들어왔다. 실물과 많이 다른 왜곡된 모습이지만 오히려 더 재미있는 건 왜일까? 찰칵찰칵 몇 번에 작은 즐거움이 장착되는 순간이다.

생각해 보면 그땐 왜 그랬을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회식이라면 낯을 찌푸릴 정도의 음주로 다음 날까지 힘들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으니···. 2030의 이런 산뜻한 회식문화에 큰 박수를 보낸다. 물론 인형 뽑기는 짧게 끝낸다는 가정하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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