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용 서울대 명예교수 강연 눈길
고령화·저출산, 건강보험에 이중 타격
"의대 쏠림 국내 산업 붕괴시킬 것"
노인 의료 체계 개선 필요성도 지적

인공지능(AI) 혁신이 의료 개혁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날리면-바이든 논란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입속 혼잣말을 '바이든'이라고 쓴 MBC 자막은 틀린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 성원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의 일침이라 눈길을 끈다.
국내 194개 의학 학술단체를 총괄하는 대한의학회가 지난 14일 더케이호텔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선 AI를 활용한 의료 생산성 혁신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개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제언이 나왔다.
공대 교수가 대한의학회 강연자로 초대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성 교수는 "정보통신(IT) 기기와 AI의 혁명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노인 의료에 대한 효율화를 위해선 AI 기술을 이용한 진료의 생산성 향상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초고령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점은 통계청 인구추계 예측이 잘 보여주고 있다"며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현재 약 900만명이지만 불과 25년 후인 2050년은 약 1900만명으로 두 배 증가한다. 반면 생산 가능 인구(15세부터 64세)는 3600에서 2200만으로 약 61%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비필수 분야 의료 수가는 2017년에서 2022년 사이 약 40% 증가했지만 필수 분야는 연 2~3%밖에 오르지 못했다. 이 결과가 의사들이 비필수 분야로 이동할 유인을 줬다는 지적과 함께 작금의 응급실 뺑뺑이는 의사 수 부족이 아닌 기존의 의사 배치가 잘못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정부가 유리한 통계 보고서만을 발췌해서 산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무시한 결과가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렸다"고 지적하면서 이공대 인재 이탈이 불러올 국가 경쟁력 악화를 크게 우려했다.
그는 "의료계는 내수산업이고 공대는 수출산업"이라며 "공대 졸업생이 많아야 산업이 발전해서 국내총생산(GDP) 증가가 가능하고 의료계로도 돈이 오는 선순환이 가능한데 의대 쏠림 현상은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의 고령화 및 저출산 문제와 맞물린 생산인구 급감이 건강보험의 지출 증가와 수익 감소라는 이중 타격을 초래하는 가운데 젊은이들에게 부과될 건보료는 기성세대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그는 "AI 기술을 이용한 진료의 생산성 향상과 의사의 정년 연장, 의료인들의 정책적 참여 확대가 필요한 시점 윤석열 정부가 미래 재정적인 측면을 감추고 정부에 유리한 통계 보고서만을 발췌해서 인용하면서 산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무시해 왔다"고 질타했다.
이 밖에도 노인 의료 체계 개선과 의료비 30% 줄이기 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의 노인은 병원을 많이 가지만 노인 전문의사나 가정의, 주치의 제도가 없어서 총체적인 진료를 받기 힘들어 중복되는지도 모르는 약을 하루에 수십 개씩 먹는 경우도 있다"며 "노인들이 병원 이용 횟수를 줄이고 건강을 유지토록 하는 정책 개발에 주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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