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웹툰 불법 복제물 이용률 20.4%
카카오, 불법 유통 자체 단속 15배 증가
불법 웹툰 사이트, 도박과도 연관돼 있어

한국 문화가 발전하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일어나는 저작권 침해로 창작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저작권 침해 대응 종합상황실 전경 /문화체육관광부
한국 문화가 발전하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일어나는 저작권 침해로 창작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저작권 침해 대응 종합상황실 전경 /문화체육관광부

"갑자기 수익이 떨어진 적이 있었어요. 최근 작업한 회차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걱정했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까 불법 웹툰 사이트에 제 작품이 게재된 거였더라고요. 제가 비교해 보니 불법 사이트에 게재된 시기와 수익률 감소 시기가 일치했어요."

K-웹툰이 국내외 불법 유통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불법 유통은 작가의 정당한 수입 활동을 방해하고 이는 결국 시장의 발전 저해로 이어진다. 10일 한국저작권보호원(보호원)에 따르면 2023년 웹툰 불법 복제물 이용률(불법복제물 이용량/(불법복제물 이용량 + 정품 콘텐츠 이용량)x100)은 20.4%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 작가들과 영세 플랫폼은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기 쉽지 않아 다른 단체와 협의해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강우식 웹툰·웹소설 제작사인 서울미디어코믹스 국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등의 업체에서는 이러한 불법 게재에 대응하기 위한 팀을 마련하여 제재에 나서고 있으나 작은 업체의 경우 만화저작권보호협의회나 한국 만화출판협의회와 협력해 불법 게재 사이트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빅테크 소속 저작권 보호 팀으론 카카오 웹툰 공식 팀인 '피콕'(P.CoK)이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적인 빅테크 소속 저작권 보호 팀으론 카카오 웹툰 공식 팀인 '피콕'(P.CoK)이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여성경제신문 취재 결과 대표적인 빅테크 소속 저작권 보호 팀으론 카카오 웹툰 공식 팀인 '피콕'(P.CoK)이 있었다. 피콕은 지난 2월 19일 직접 삭제한 불법 저작물이 744만여 건이며 링크를 삭제한 경우는 2억113만여 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차원에서 저작권 보호에 앞서주니 소속 웹툰 작가들도 해당 팀에 만족을 표하고 있다. 한 웹툰 작가는 "회사에서 직접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가시적으로 성과를 보이니 안심된다"고 했다. 피콕의 불법 저작물 적발 실적은 직전(2022년 11월∼2023년 5월) 단속 건수 1416만여 건과 비교했을 때 15배 가까이 늘어났다.

본지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결과 네이버, 카카오 등 다양한 플랫폼의 웹툰들이 불법으로 게재되고 있었다. 'Kun Manga', 'KING OF SHOJO', 'MANHWACLAN' 등이 대응이 어려운 대표적인 해외 사이트다. 연재가 종료된 작품은 물론 '00 죽어도', '그저 00일 뿐' 등 이제 막 연재를 시작한 작품도 존재했다. 

각종 게임과 상품 광고들이 많이 게시됐으며 노골적인 19금 광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불법 사이트들은 불법 도박과도 연관된 경우가 많아 청소년 보호 사각지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사정이라 그동안 저작권 문제에 대해선 시큰둥하던 경찰도 불법 사이트 적발을 위해 작가들의 협조를 구하는 실정이었다.

불법 사이트에는 각종 게임과 상품 광고들이 많이 게시됐으며 노골적인 19금 광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불법 사이트들은 불법 도박과도 연관된 경우가 많아 청소년 보호 사각지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불법 사이트에는 각종 게임과 상품 광고들이 많이 게시됐으며 노골적인 19금 광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불법 사이트들은 불법 도박과도 연관된 경우가 많아 청소년 보호 사각지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해외 불법 유통 피해 규모 늘어나
"보호 지원 통한 자생력 강화해야"

핫라인이 없고 불법 저작권 침해물이 올라와 있는 서버들 대부분이 국내 저작권법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 소재 음지의 서버로 작가들의 피해는 천문학적이다. 김우성 만화저작권보호협의회 대표는 "해외 서버 쪽을 통해서 한국 웹툰이 무제한으로 퍼지면서 저희가 손댈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불법 콘텐츠를 잡으려 해도 외국의 협조가 없으면 어렵다"며 "저희가 요청한다고 삭제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보호원, 저작권 보호센터 같은 국내 기관에 의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이트들을 없애는 것은 의사소통 등의 문제로 힘들고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링크 차단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작가들의 피해 호소는 보호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보호원은 불법 웹툰 유통으로 피해를 보는 작가나 출판사를 위한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한류 콘텐츠 저작권보호기술 지원 사업'은 콘텐츠 보호 기술 도입·적용을 희망하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콘텐츠 제작사‧유통사(중소 영세기업 우선), 그리고 신규 침해 장르(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제작‧유통 기업을 지원한다. 업체당 정부지원금은 최대 7500만원이며 연간 최대 6개 업체를 도와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22년 한 웹소설·웹툰 서비스 기업의 경우 보호원의 지원 사업을 통해 자사 콘텐츠에 'Web-X DRM' 기술을 도입해 본문 텍스트 난독화, 웹 브라우저 개발자 모드 접근 불가 기능 등을 적용, 해킹 또는 파일 유출이 불가하도록 보호조치 했다. 그 결과 해당 업체의 웹소설 1만3000여 종, 웹툰 3500여 종에 보호 기술을 적용해 안전한 서비스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모니터링·광고 중단 등 불법 유통 제재
장르 침해 URL 6만5000여 건 삭제
웹툰 캠페인 통한 저작권 인식 확산

보호원은 단순히 피해를 본 작가나 플랫폼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맞춤형 해외 저작권 바우처 지원사업'을 통해 웹툰 작가를 포함한 권리자 자력구제 활동도 지원한다. 모니터링단 운영, 해외 불법유통 사이트 접속 제한 요청, 불법 URL 삭제 등 자체적인 활동도 하고 있다. 다음은 불법 웹툰 유통 대응책에 관한 보호원과의 Q&A다.

웹툰 불법 게재 문제를 위해 어떤 조치를 하고 있는가.

"국내 웹툰 불법 유통의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를 대상으로 불법복제물 모니터링(재택모니터링,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 등 활용)을 하고 이후 시정 권고, 민관 협력 대응 조치를 하는 방식이다.

직접적인 조치가 불가능한 해외에 서버를 둔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는 접속차단 요청, 검색 제한 요청, 광고 게재 중단 요청으로 대응한다. 또한 해외 현지어 불법 사이트 대상으로는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언어별 저작권 침해 정보 수집 시스템을 활용해 보호원 해외사무소 소재국 및 인접국의 불법 유통 현황도 관찰하고 있다.

— 유통에 다양한 대응을 하고 있다. 실제 성과는 어떠한가?

"침해가 발견되면 권리자 수권 확인을 거쳐 현지 정부 기관, 법무법인 등을 통해 경고장 발송 등으로 불법 URL 삭제요청을 하고 있다. 2023년에는 해외사무소에서 현지 법률 사무소를 통해 만화·웹툰 장르 대상으로 6만5000여 건의 침해 URL을 삭제 조치했다.

불법 웹툰 공동 대응을 위해 웹툰 플랫폼 사, 권리자(작가 등)와 함께 정기적으로 실무협의체를 운영해 주요 저작권 침해 현안 및 대응, 홍보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일례로 지난 18년 국내 최대 웹툰·웹소설 불법유통 사이트인 '밤토끼'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자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유관 기업들을 직접 만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대응력을 키워 해당 사이트를 폐쇄한 적이 있다."

광고 차단 조치, 저작권 보호에 도움
'저작권 보호, 바로 지금' 캠페인 시행

보호원은 다양한 국내외 웹툰 불법 유통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해외 단체 및 관련자들과 협력하여 불법 사이트 폐쇄, 링크 삭제는 물론 법적 조치도 하고 있다. 피해자 지원뿐만 아니라 업체의 대응력 강화를 위한 기술 지원도 시행 중이다.

보호원은 디지털 광고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2023년에만 약 4000건의 광고 게재 중단을 요청했다.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 대부분은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불법 사이트 내 광고 차단 조치로 인한 운영자 수익 감소는 저작권 침해 근절에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가운데)이 지난 9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저작권 보호 대국민 캠페인 선포식에서 웹툰 작가 이종범(왼쪽부터), 배우 백성현, 크리에이터 준오브다샤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가운데)이 지난 9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저작권 보호 대국민 캠페인 선포식에서 웹툰 작가 이종범(왼쪽부터), 배우 백성현, 크리에이터 준오브다샤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작가들과 같이 활동하기도 하는지?

"보호원은 2022년에 한국만화가협회 소속 작가들과 '저작권 보호 릴레이 웹툰 캠페인'을 진행했다. 2023년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만화가협회와 업무협약을 통해 '웹툰 저작권 보호 공동 캠페인'을 추진하는 등 저작권 보호 인식 제고 활동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저작권 보호, 바로 지금' 캠페인을 통해 이용자와 창작자, 콘텐츠 제작·유통 기업이 직접 참여하여 저작권 보호 인식을 높이는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보호원 홍보대사인 이종범 웹툰 작가 등도 함께 참여하여 이용자의 인식 개선을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보호 메시지 확산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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