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연금개혁안 처리 합의 불발
국민의힘 당내서도 갑론을박 오가
여당, 전당대회 앞두고 눈치싸움

정부·여당을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국민연금 개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나경원 당선인이 27일 모수개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와 21대 원내 지도부가 시간 끌기에 나선 상황에서 원외 당선인이 야당과의 협치를 주장해 주목된다.
나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초청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연금 개혁 관련 모수개혁이라도 (21대 국회에서) 진행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여야 간 모수개혁을 합의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굉장히 부정적이었는데 첫 단추를 끼워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이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가 여당이 제안한) 44%까지 받겠다고 했는데 1%포인트 차이는 엄청난 액수"라면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일 수 있다는 여야 합의는 (21대 국회에서) 가져가는 게 어떨까 생각해 봤다"고 했다.
나 당선인은 앞서 이 대표가 주말 사이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겠다고 하자 '속임수'라며 비판했지만 입장을 바꾼 것이다. 국민의힘 연금특위 위원인 김미애 의원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표 제안을 당이 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연금 개혁은 크게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으로 나눌 수 있다. 모수개혁의 경우 국민연금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의무 가입 상한, 연금 수급 연령 등 재정 변수들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여야가 조율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45% 안'은 모수개혁의 일환이다. 주요 모수(母數)인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6년째 9%로 동결돼 있다.
구조개혁은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각종 직역연금 등과 연계해 연금 제도를 바꾸는 것을 뜻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모수개혁만으론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다음 국회에 구조개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21대 국회 종료를 이틀 앞둔 현시점에서 관련 논의를 할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하고 국민연금 개혁안의 처리 등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 당내에선 연금 개혁 주도권을 이 대표에게 빼앗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는 시점에서 국회 일정 전체를 거부하다가 생긴 참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친유승민계에서는 야당과의 투쟁 의지를 불태우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영우 전 의원은 "(당이) 권력투쟁에 눈이 멀어 있는 때에 이 대표로부터 연금 개혁 선방을 맞았다"며 "지금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백서 정치, 권력투쟁이 아닌 대야 정책투쟁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나 당선인은 이날 전당대회 출마 의지와 관련해 "한 달 전에는 60이었다면 지금은 55 정도"라고 했다. 나 당선인은 차기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외에 유력 당권 주자로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윤상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꼽힌다. 이 인사들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말에 대부분 답변을 피하며 당 안팎의 여론을 살피고 있다.

